농촌- 삶터,쉼터

새벽 경매장

왼다리베드로 2019. 7. 6. 05:39

 

 

 

 

 

 

마산어시장 길 건너편의 바닷가에 어선들이 어획한 수산물을 하역하는 공간이 있고 평일 새벽에는 수시로 경매장이 선다.

 

오전 5시쯤이면 여름은 이미 동이 터서 환하고 경매장에는 살아있는 문어가 담긴 나무 상자가 즐비하고 몇 개의 상자에는 싱싱한 농어가 두세 마리씩만 담겨있어 단박에 씨알이 매우 굵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경매가 시작됨을 알리는 경매사의 웨~~~ 하는 굵고 낮은 음의 허스키한 소리에 따라 아라비아 숫자가 새겨진 검은 모자를 쓰신 경매인들께서 다섯 손가락을 곱거나 편 모양을 하고서 위아래 좌우로 흔들면서 응찰하고자 하는 가격을 표시하면 그중 최고가를 제시한 응찰 경매인에게 낙찰되었음을 알리고 다음 경매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건 경매시간을 나름대로 계측해 보니 약 10~1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음을 알겠고 철저하게 공급물량대 수요량과의 수 읽기 싸움이 이토록 짧게 결정되는 것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략 5건 정도의 경매과정을 지켜보는데 유독 한 분의 할머니께서 파장 즈음의 몇 상자 남지 않은 문어 상자 앞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경매사에 어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표정한 주름지신 얼굴이지만 치켜든 손목위의 접고 편 손가락 응찰가의 사인(sign)은 이번 건은 "내가 낙찰받아야 해!" 하는 절박함이 진하게 묻어났지만 애석하게도 낙찰에 실패하셨다.

 

뒤도 안돌아보시며 돌아서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약간 등이 굽으실 정도로 연로하신데도 어떤 삶을 사시기에 새벽부터 저토록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쟁터에 나 서셔야 되는지ㅡ마치 나무상자에 담긴 생선처럼ㅡ온몸의 털이 고추 서느듯 밀물처럼 짠한 감정이 콧잔등으로 몰려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상을 향한 비굴함이 조금도 없는 건강하고 당당한 몸짓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며칠전 한반도의 휴전선 판문점에서 벌어진 세계 최고의 일등국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벌인 빅딜인가? 스몰딜인가? 하는 사건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았다면 양심에 없는 없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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