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의 아로니아 밭에서는 매년 겨울과 이른 봄에 걸쳐 멧돼지의 해꼬지로 적지않은 피해를 입어왔다.
멀칭용으로 덮어 둔 폐현수막을 파 엎는다 든가 아로니아 묘목의 뿌리까지 헤집어 넘어뜨려서 고사시키는 피해를 주었다.
오늘 작정하고 그 밭을 순찰(?)하였더니 멀칭재료는 거의 흙 속에 파묻혀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나 아로니아는 한 포기도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히 건사되고 있어 적지 않게 놀랐다.게다가 잡초들은 뿌리까지 뽑혀서 뒤집혀지거나 포슬포슬한 흙으로 곱게 덮어주기까지 했다.
이러니 멧돼지에게 도리어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작년에 보식한 아로니아 묘목은 뿌리에 맞닿도록 멀칭용 'ㄷ'자형 핀을 뿌리 둘레의 가까이에다가 3~4 개를 박아서 멧돼지가 주둥이로 뿌리 근처의 흙을 파 들어갈 때 통증이 가해 지도록 장치해 놓았던 것이 효과를 본 것일까는 알 수 없지만 어쨋든 작년의 절반만 피해를 입었으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산짐승처럼 사는 유승도 시인의 시 "사투를 벌여야 한다면"의 전문을 옮겨 게시해 놓는다.
[여기는 내 집 옆이다 나도 물러설 수는 없다 그래, 나를 어찌하고 싶다면 덤벼라 누구 하나가 죽어야 한다면 한번 해보자
낫을 든 오른 손에 힘을 주었다 살짝 피하면서 찍어야 한다
멧돼지는 팍팍 땅을 찍으면서 달려왔다
마악 발을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좀 더 세게 땅을 앞발로 팍 찍는가 싶더니 멧돼지가 방향을 틀어 나무 사이로 달려갔다
목숨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었구나 비켜줘서 고맙다
멧돼지의 발걸음이 일으키는 소리도 곧 들리지 않았다
숲이 깊다]
(|수컷의 속성|유승도 시집 14쪽 시와 에세이)
밭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왕방울 뽕나무의 키만 낮춰주면 올 농사는 무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