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하목정[대구 달성군 하빈면 하목정길 56-10]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이 선조 37년에 세운 것으로 원래는 주택의 사랑채였으나 안채가 없어진 후 정자로 사용했다.
조선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 머문 적이 있어 하목정이라는 이름을 이종문의 장남인 이지영에게 직접 써주었다고 한다.
이 정자는 앞면 3칸의 규모와 넓은 대청에 방 4칸을 덧붙여 평면이 정(丁) 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조선 중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지붕의 양쪽 추녀를 조금씩 잘라 처마 끝을 둥그스름하게 만든 방귀매기 수법이 특징적이다.
건물내부에는 김명석, 남용익 등 유명 인사 들이 쓴 시가 여럿 걸려있다.
하목정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부산에서 이곳 마을로 보내져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쌓았던 곳이다.
이곳에는 큰아버지 두 분과 외갓집 할머니와 외삼촌이 살고 계시던 본적지이기도 하다.
둘째 큰아버지는 하목정 버스종점에서 구멍가게와 버스표발매 업을 겸업하시면서 그 당시에는 꽤 벌이가 괜찮았던 것으로 보였지만 바로 밑의 여동생과 나는 항상 친절하고 곰살궂게 맞아주는 외갓집에 머물기를 원했다.
깨끗한 모시이불과 짜지 않은 된장국에 쌀밥 때문이다.
이제 60여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문득 예쁘게 생긴 한옥과 언덕에 길게 이어진 기와이은 돌담풍경이 불현듯 상기된 것은 국영방송에서 맛집순방 중 '동곡원조할머니칼국수'를 보고 하빈면이라는 단어와 함께였다.
지난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하목정으로 가봤고 천지가 개벽되었음을 알았다.
큰집 아랫칸의 들창에서 내다보면 시퍼런 강물이 눈앞에 보였고 '울돌목'처럼 물결이 맴돌면서 소리치는 무서우면서도 낭랑한 강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던 같은데 지금보니 낙동강 줄기는 300여 미터도 넘게 맞은편 성주 쪽으로 유로가 변경된 반면에 4차선 고속도로가 성주까지 개설되었고 낮은 야산에 초가집이 아기자기 둘러앉은 마을은 토지구획정리 후 아스콘포장은 물론이고 대형 장어구이집들과 숙박업소까지 그리고 제조업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동서남북조차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변해버렸다.
윗대 어른들께서는 모두 돌아가셨고 세월은 아득하고 세상은 온전히 바뀌어 있었다.
아련한 추억이 먼지처럼 부서져서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동반여행한 아내와 아들은 습기 찬 눈망울을 모른 채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