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은 거의 눈만 감은 채 날밤을 새웠다.
안동 시내에 숙소를 정하려고 밥집에서 물어 시내의 신시가지로 찾아간 새 여관촌은 유흥주점의 밀집 지역으로 어느 곳이나 주차장 입구에 커튼이 쳐져 있는 전형적인 모텔의 모습이다.
안 해는 그런 집들의 왠지 비밀스러운 은밀한 분위기에 놀랐는지 진입하려는 차의 핸들을 붙잡고 완경 하게 반대 의사를 고집한다. 하는 수없이 다른 여관을 알아보는 데 날은 이미 저물었다.
시내 외곽으로 자연히 벗어날 수밖에 없어진다.아는 곳이 저녁밥을 먹었던 곳이라 그곳으로 되돌아 와 조용한 집이라고 선택한 여관이 아뿔사 철로변이 가까운 그렇고 그런 악연의 여관이 되고 말았다.잠이 들만 하면 열차지나가는 소리에 저절로 의식이 돌아 오게 만든다.이십여년간 외지에 출장 생활을 밥먹듯 한 나로서도 이런 경험은 처음 겪는지라 짜증을 내며 뒤척이는데도
안해는 그런대도 불구하고,,,, 열심히 잠만 잘 잔다.
새벽에는 천둥 번개까지 요란하다.
아침밥은 저녁상에서 줏어모아 싸온 약밥과 떡으로 대신하고 가랑비를 부릅쓰고 봉정사로 향하였다. 핸들은 심신이 불량한 나를 대신하여 안해가 잡았다.
새벽에 오로지 둘만의 고요함을 만끽하며 산사를 방문해보다니
처음 겪는 호젓함에 안해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부슬비속에 안개에 살짝싸여 있는 봉정사는 오목조목한 게 우리나라의 여러 절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우리를 말없이 반겨 맞는 듯하다. 절이 아니라 어느 양반댁의 그것처럼 거리감이 느껴 지지않아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안해와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니 대충 이렇다.
단청을 한 지가 오래되어 울긋불긋하게 요란한 오방색이 주는 느낌이 많이 탈색되어 있다 하는거하고- 우리나라에서 시대적으로 제일 오래된 극락전의 고고함-만세루를 지탱하고있는 굵다란,,,군데군데 벌레가 먹었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받치는 역활을 다하고 있는 안정감이 절집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과 만세루밑의 돌계단의 폐쇄성- 어두운 곳에서 밝은 세상을 나가는 듯한 갇힌 곳에서 금방 해방되는 듯한 시원함을 들 수 있겠다고 하니 안해는 여자로써 느끼는-대웅전 옆의 스님들이 머무는 -생활하는 거처에서 보이는 김장독이나 움집이 공개되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나름대로 얘기한다.
아름다운 절집이다.
매화가 곳곳에서 만발하여 호젓한 절집 분위기를 약간 들뜨게 하는 듯 화사하다.
여타의 절집은 거의 건성으로 지나쳤지만 봉정사는 다시 한번 더 찾고 싶은 절이 되어 버렸다.
이곳은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께서 방문한 절이라고 입장권 뒷면의 소개글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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