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안된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을 못하는 소갈머리 때문에 오늘도 새벽밥을 먹고 칠곡 밭으로 출발한 시각이 6시 반이다.
새벽 국도길이라 길은 넓은데 안개가 짙게 끼어 규정속도로 달려 밭에 도착하니 8시 10분전이다.
이슬에 젖은 잡초를 뽑고 비닐 멀칭 작업을 시작하는데 한우를 사육하는 젊은 부부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선다.
아줌마는 곱게 화장까지 하고 아는 체를 한다.
"오늘은 와 혼자 오셨어요?"
"이제는 지를 안 따라다닐 라캅니더,,,"
멋쩍게 대답이 되어 버렸다.
"산청 하고 합천 하고 축제한다 카던데 구경 안 가요? 우리는 아~들하고 지금 합천 갑니다,,"
"구경은 옛날에 다 해 보았어요. 잘 다녀 오십시오. 소들은 지가 지키 주게요,,ㅎㅎㅎ"
실없는 농담을 한 게 아니다.
산청에서 일 년 반 동안 근무할 때에는 축제도 의무적으로 참석하여야 한다.
산청군 쪽의 황매산 축제는 진입도로가 좋아 옛날에는 지프차가 정상 부근까지 올라갔었다.
그저께는 비 온 뒤끝이라 흙이 부드러워 삽이 잘 들어갔는데 오늘은 흙이 돌덩어리다.
출발할 때 계획은 무슨 일이 있어도 4 이랑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는데 2 이랑을 덮고 나니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철수할 수밖에 없다.
가지고 간 제초제 한통을 밭 언덕에 보충 살포하고 나니 오후 1시 반이다.
그저께 깜박한 호박심기 사진 촬영을 보완하고 오는 도중에 함안 밭을 둘러보았다.
함안의 옆 밭지기인 노부부께서는 고추 모종 심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먼저 인사를 드리니 할머니께서는 겸연쩍은 듯 엉뚱하게 칭찬의 말씀부터 하신다.
"대농사를 하는 우리보다 밭에 심은 가짓수가 많네? 일찍 심어 노이 싹이 새카만 게 잘 키았데,,," "예?,,, 예,,,"
다정하게 둘이서 다시 모종을 심으신다. 할아버지는 지게로 고추 모종을 나르신다.
약 600여 평에 전부 고추를 심는데 작년에는 참깨를 열심히 심었는데 병충해로 중간에 폭삭 내려앉아 버렸으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듯하시는 표정이 상기된다.
칠십이 훨씬 넘으신 노부부께서 끄떡없는 담대하신 면이 있다.
이파리가 새카맣다는 감자 싹을 사진 찍고 돌아서니 세시가 다 되어 간다.
밭에서는 꼼지락거리면 너 덧 시간은 훌쩍이다.
사진 1 신호대기 중 한컷. 이하 07.5.5. 어린이 날 찍음
사진 2 입구에서부터 멀칭 하여 1 이랑 끝내고
사진 3 다시 방향을 바꿔 멀칭을 해나가면 된다. 왼쪽 멀칭 완료이랑 위에는 고랑의 잡초를 삽으로 떠서 올려두면 바짝 마르고 나중에 태워 거름으로 쓴다.
사진 4 그저께 심은 호박 모종.
사진 5 위와 같음. 제초제가 날려 호박잎에 흔적이 하얗다. 살아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사진 6 엉겅퀴가 제초제를 맞아 고개를 꺾었다. 그러면서도 종족 보존을 위하여 홀씨를 만들어 바람에 날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식물의 궁극적인 본능도 '종의 번식'이다
사진 7 노부부가 칭찬한 감자 이랑. 정말 싹이 새카맣게 튼실하다. 감자가 주렁주렁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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