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여 년 전 울산의 폐광산 조사구역에서 처음 본 분홍색 꽃이 잎도 없이 꽃대에서 활짝 피어 있었다.
광산 관계자께서도 이름을 모르고 그저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홀연히 연둣빛 꽃대를 올려 분홍색 꽃이 핀다 하시면서 몇 뿌리를 캐어 주셨다.
수년 후 전북의 선운사 뒷뜰 언덕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분홍색 꽃이 반가워 지나는 보살님께 여쭈어 그 꽃의 이름이 상사화임을 알게 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식물이다.
그동안 마당 한구석에서 개체수가 많이 불어나 어찌할 수 없어 새벽부터 농원의 연못가 쑥대밭을 뒤집어엎어 작은 화단을 만들고 그 구근들을 이식했으며 동물 분뇨 퇴비로 흙위를 덮어 주었다.
심심산골 광산지역이나 절간의 뒷뜰 비탈진 곳에서 생육하던 상사화 구근들이 동남향의 연못가 양지바른 곳에서도 잘 활착 되어 연못의 꽃 연들이 흐드러질 무렵에 맞추어 과연 분홍색 꽃 무리를 느닷없이 올려 줄 것인가?
꽃이 필때 이파리가 없고 이파리가 무성할 때 꽃이 없어 꽃과 이파리가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 구근(비늘줄기)을 옮겨 심은 꽃밭에 아침 햇살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