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농가로부터 분양받은 꽃무릇이 활짝 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던 폭염 아래서 가물대로 가문 버석거리는 흙속에서 말라죽지 않고 버텨준 비늘줄기는 추석 뒤끝의 연이은 소낙비에 꽃대를 순식간에 올려준 것이다.
엊저녁에 꽃무릇 줄기가 무더기로 올라오고 몇 무더기는 이미 꽃이 활짝 피었다고 동업자에게 귀띔했더니 오늘 새벽에 눈뜨자마자 꽃 보러 가자고 옷부터 챙겨 입고 따라나선 동업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가는 김에 집 마당 목련의 웃자란 부정지 잡목을 싣고 가 소각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덥혔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 타는 냄새까지 맡으니 가을이 와 있음을 알겠다.
역대 최고 급수의 지진으로 산하를 흔들었던 자연은 또한 절기에 맞추어 순서대로 꽃을 피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