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씨에 비파 열매가 익고 있다.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나른한 한낮에 어른 팔뚝만큼 큰 새가 비파 가지에 매달려 비파 열매를 쪼아대는 것을 보고 뛰쳐나가 살펴보니 쪼은 흔적만 뚜렷하고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열매 한개를 따서 씹어보니 신맛이 강하고 과육이 부드럽지 못하고 껍질까지 질기다.
아마도 강렬한 신맛에 더 쪼아 먹질 않고 그만둔 것이 분명하고 과육까지 물러지지 않았으니 탐탁잖은 먹거리로 보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잘 익은 비파 열매는 달콤한 과육 맛은 물론이고 그 크기에 비해 과즙이 많아서 얇은 껍질을 벗겨 먹다 보면 온 손가락에 과즙으로 찐덕거려 남몰래 먹기 힘든 여름 과일이고 낙과된 열매에는 개미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순식간에 다 모여든다.
비파 씨앗도 열매 크기에 비해 큰 편으로 보통 3~4개 정도가 맺히는데 단단하고 반질반질하다.
껍질 벗겨내고 씨앗 빼고 나면 사실 그다지 실속 있는 과일은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 맛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번에는 누가 비파 열매 맛 보여 주려나 하고 기다려지는 별난 과일이다.
현재 달려있는 열매 갯수는 41 개이고 씨앗으로 계산하면 약 150 개 정도 수확될 것이고 직파해서 30% 정도 발아한다고 치면 내년에 50 개의 묘목이 생긴다.
10년 정도 잘 키운다면 비파 나무에서 적지 않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갑자기 게으른농부는 비파 부자가 다 된 기분이다.
그때까지 연락이 될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이나 될꼬?
이상기온에 열받아 정신이 오락가락해져서 벌건 대낮에 두 눈 뜨고 개꿈 꾸는 꼴이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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