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방송국의 6시 프로그램에서 수산시장 특산물 소개 중 깨끗하게 잘 건조된 분홍빛이 감도는 '서대'고기를 보는 순간 "저거를 사러 갑시다!" 한 지가 한 달쯤 지났다.
연일 볶아대는 한증막 열기 때문에 오늘도 이른 새벽에 사천시의 삼천포 용궁수산시장 장보기를 나섰다.
여름휴가가 절정이라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있다는 방송보도와 달리 도로상태는 한가했고 창원에서 목적지 도달시간은 약 시간반 정도 걸렸을 뿐이다.
시장 앞은 어선들이 빼곡히 정박하고 있는 삼천포항이 맞닿아 있어 2층 주차장에서 항구가 한눈에 들어와 비교적 잘 정돈된 항구라는 느낌이 들었고 시장 안도 청결하고 일련번호와 함께 상호가 표시되어 있어 외지인들에게 매장 구분을 쉽게 해 줄 뿐 아니라 여타의 수산시장과 달리 호객행위를 거의 하지 않아 쾌적했다.
생선 횟감을 위한 활어, 패류, 건어물로 구분된 각 매장을 쇼핑하는 즐거움도 있고 어항에 든 고기 이름 이것저것을 물어봐도 재미있게 대답해 주시어서 다른 수산시장의 아주머니들과는 달리 시장 분위기가 살벌하지 않다.
동업자는 작정한대로 건어물부터 찾기 시작했으나 구이용 생선매장에서 한 무더기의 눈볼대[눈볼대, 아까 찹쌀떡]를 쟁반 통째로 먼저 질러 버리더니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파는 건어물 매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곱게 잘 말린 '서대' 한 소쿠리는 꼬부랑 할머님께서 부르시는 값대로 값을 치러 드렸고 유독 키가 크시면서도 나긋나긋하게 생선전 거리 처치 요령을 설명하시는 할머님 매장에서는 생선뼈를 발라낸 '밀치'와'달고기'를 군말 없이 계산해 드렸다.
동업자 왈 물건이 싱싱하고 잘 건조되었고 값이 다른 시장보다 억수로 싸단다.
잠시 구입한 물건을 맡겨두고 시장안을 더 둘러보다 보니 건물 외벽의 '병아리 눈물만큼'작은 구석진 그늘에서 외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러분 들께서 생선회를 초장에 찍어 잡수신다고 여념이 없으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지만 점심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벌써 "한잔의 태양[낮술]"도 한잔씩 하시면 이 땡볕 아래서 어찌 버티시려고?
용감한 아저씨들!
얼음과 함께 채워 진 생선, 건어물 스티로폼 박스를 양손에 들고 층계를 낑낑대며 오르는데 눈앞 벽면에는 액자에 든 시 몇 편이 다소곳이 걸려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삼천포항에서 보내신 박재삼 시인의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