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펼쳐지는 춘분이 지나면서 개나리 매화 살구꽃이 차례로 모두 피었고 이제 분홍빛 벚꽃이 이른 봄을 쫒아 피기 시작한다.
진해 여좌 천변의 벚꽃은 이미 반쯤 핀 것을 확인한 후 동업자의 요청에 따라 거제 남부면의 관광명소인 '바람의 언덕'을 다녀왔다.
고성~통영 간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이곳은 최근에 뜨는 관광명소로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관광객이 많았으나 청춘남녀들이 대부분이다.
언덕을 올라보니 맑은 바닷물에 파란 하늘빛이 어려 푸르기가 그지없고 온화한 봄바람까지 귓가에 살랑거리니 좁은 주차장 때문에 한참 동안 막다른 길가에서 짜증을 내면서 되돌아 갈까 말까 망설였던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한 번쯤은 찾아볼 만한 명소임이 분명한 것은 거제도를 일주할 수 있는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섬들이 명품 수석작품보다 훨씬 훌륭하고 길 아래로 내려가면 마주하는 갯마을들이 한 폭의 수묵화보다 나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호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언덕은 진출입로로 만든 목책계단이 비좁아 너무 불편하였고 장난감 같은 풍차 모형 건축물은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상업용 쾌속선이 어지럽게 포말을 날리며 관광객의 시선을 흩트리는 행위는 모처럼 자연을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오히려 멸치 건조장이 펼쳐져 있고 주민들이 건조된 수산물을 팔고 있는 모습들이 훨씬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주는 듯한 감상에 접어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