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새벽 농원을 찾았다.
언덕 아래 펼쳐지는 먼 저수지의 수면이 얼음처럼 차게 느껴질 정도로 맑아서 건너편 나무들이 거꾸로 서 있다.
몸에 느껴지는 습한 공기는 바지가랭이가 허벅지에 감길 지경이지만 눈앞에 펼쳐 보이는 새벽 경치는 그냥 조용하고 맑기만 하다.
연못 앞의 상사화밭에는 다섯 송이의 꽃대가 돋았고 삽목 번식한 꽃댕강나무, 무궁화, 치자꽃들의 여름 꽃향기가 새벽 공기에 섞여서 저수지 풍경에 윤기를 보태고 있다.
청도에서 쓰다남은 예초기 연료로 대문 앞 진입로부터 시작해서 안마당, 온실 주위, 연못 주위 등등의 풀 베는 일을 근 한 시간 동안에 끝냈다.
습한 새벽공기에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땀이 속옷까지 질퍽거릴 정도가 되니 비로소 온몸이 개운해졌다.
정신도 더욱 맑아져 가뿐하다.
노동의 기쁨을 또 한 번 느끼는 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