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농사일은 매실나무의 정지작업으로 시작했다.
지난해는 농사뿐만 아니라 서예, 전통주 동아리 모임, 그림 공부 등 주일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쳇바퀴 돌듯이 사는 것에 어떤 권태감을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는 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탈출하는 방편으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실천했다.
농사라는 일은 본래 완결되는 것이 없고 일년 사계절 끊임없이 계속되는 작업이라서 잠시 한눈팔게 되면 그냥 망하는 법인데 게으름을 피웠으니 그 과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청도 과수원의 첫 작업은 정지整枝작업이다.
동업자와 함께 장모님께서 입원 중인 요양원을 먼저 들렀더니 독감주의보 때문에 면회사절 중이라 직원들의 주전부리만 넣어주고 밭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였고 점심을 거르고 오후 2시 반까지 오로지 매실나무 정지작업만 했다.
이번에도 충전 밧데리 전기톱으로 지름 10센티미터 내외의 높은 가지를 중점적으로 잘라주어 매실나무의 가슴에 햇볕과 공기가 꽉 차도록 해주었다.
베어진 굵은 가지들이 나무아래에 걸려있어 교통이 불편해졌을 때 일을 마쳤고 다음 주에는 자두, 오가피, 감나무까지 끝낼 계획이고 그다음에는 베어진 가지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 남아있다.
장모님 병문안은 하지도 못했지만 정지작업은 계획된 것보다 많이 했고 귀가길에 단골집 벽오동에서 '능이버섯한우갈비탕'으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노동이 밥도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