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까치와 고양이

왼다리베드로 2020. 4. 2. 15:19

 

 

 

 

 

 

 

 

동읍의 농원에는 줄기가 붉으스레 한 적송이 자생하고 있는 곳에 반송 조경수와 사시사철 계절별로 꽃이 피는 각종 초목류 모종을 십 수년 전부터 구입하여 심었고 이제는 봄꽃부터 겨울꽃까지 감상할 수 있는 농원 모습이 거의 완성단계다.

 

초목이 우거지니 자연스레 날짐승도 찾아들고 산짐승의 흔적도 흔히 관찰되는데 날짐승은 까치,직박구리,꿩,박새류를 비롯한 보통사람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고 접근하고 있고 여름 한철에는 연못 주위로 고라니의 배설물이나 저수지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두꺼비 무리가 굼뜨게 행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3여 년 전 설날을 전후로 명절음식을 만드느라 발생된 소 돼지 지방질 부산물을 쓰레기로 버리는 것보다 월동이 어려운 산새류에게 제공키 위해 자귀나무에 납작한 플라스틱 먹이통을 메달았고 단골손님인 까치 부부와 박새 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틀 전에 깜짝 놀랄 사건이 있었으니 산새들 먹이통에 누런 네발짐승이 먹이통에 비좁게 올라앉아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꼬리길이가 정상적인 것을 보면 길고양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몰골이나 살벌한 얼굴 표정을 보니 애완묘는 더욱 아닌 것으로 보였다.

 

추측컨데 집고양이가 가출해서 여러 해 동안 낮은 산에서 살면서 가금류를 습격하거나 야간에 나무 위에서 잠자는 날짐승을 먹이로 생활하는 야생화된 고양이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계절 구별 없이 사유를 알 수 없는 날짐승의 깃털이 여기저기 뭉텅이로 흝어진 범행 흔적이 지금까지 열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어지간한 높이의 나무둥치를 타고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에 제공하는 먹이의 량이 쑥쑥 줄어드는 것조차 별 의심이 없었으니 산새 월동 먹이가 들고양이 살찌우는 일이 돼버렸다.

 

까짓것 농원의 텃새 까치 부부도 농사일을 훼방 놓는 미운 짓을 하지만 먹이 도움을 준 마당에 들고양이가 농원 가까이 살아준다면 두더지나 집쥐의 피해는 좀 덜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도 금방 생겨나서 한편으론 은근히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편하게 함께 살기로 했으나 지금부터는 곡식 위주의 먹이만 줄 생각이다.

 

코로나 19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한 결과 나 홀로 농원 출입이 잦아졌고 그 인연으로 농원 생태계의 비밀 한 가지를 들추어 볼 수 있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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