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의 허접한 모퉁이에 심긴 벚꽃과 비슷한 모양의 옅은 분홍색 꽃이 피는 나무는 농원 인근의 전통 된장찌개 전문의 식당 여주인께서 주신 봄꽃 나무다.
매화가 지고 난 후 벚꽃이 피기 전에 언제나 봄이 되면 화사한 옅은 분홍꽃을 한꺼번에 피웠고 올해는 유난스레 꿀벌까지 많이 찾아와서 게으른 농부의 눈길을 한번 더 주었던 봄꽃[3월 20일에 게시한 봄꽃 중 두 번째 사진 참조]의 역할을 단단히 해 준 꽃나무였다.
오늘 정오 무렵 지하수 문제로 농원을 찾았다가 습관적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난데없이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한 모습이 비 온 뒤끝의 청초한 녹색잎 사이로 넘실대는 모습을 보고 깜작 놀라 가까이 가보니 벌써 나무 꼭지 부근은 날짐슴이 쪼아댄 흔적이 보이고 일부분은 수분과다 흡수로 보이는 열과 현상으로 빨간 껍질이 터져 핑그빛 속살이 보이기도 하는 한그루의 유실수 나무가 홀연히 서있는 거다.
대번에 몇 개를 훑어서 맛을 보니 신맛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달콤한 단맛이 목젖을 희롱하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동업자를 위해 화장품 포장용의 작은 종이봉투에 한 봉지를 낱개 하나씩 따 모아서 이벤트로 선물했더니 대번에 "앵두! 어디서 난 건데?" 하며 반색하는데 "이게 앵두라고?" 게으른 농부는 두 번 놀랄 일이었다.
지금까지 식당 여주인께서 주신 버찌 나무라고 인수받은 기억 때문에 왜성 벚꽃나무쯤 되는 정도로 인식하고는 봄꽃으로만 즐긴 나무였는데 이제는 열매까지 달려 주었으니 농원에서 귀한 나무로 등극시켜야 되는 이쁘고 고운 나무가 되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나게'한 나무가 우리 농원에 와 있다니,,, 미처 몰라보고 무시(?)했던 지난 시간에 더 애틋해지는 앵두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