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절기 하루 만에 강풍을 동반한 겨울비가 몰아쳤다.
온실 앞의 파초 두 그루는 갈기갈기 찢어진 채 이파리를 휘날리고 있고 물탱크 옆의 자작나무 두 그루는 노란 단풍잎을 거친 바람에 못 이겨서 낙엽 지고 있다.
연못가의 싸리도 작은 단풍잎을 소복하게 입은 채 억센 비바람을 온전하게 그대로 맞고 서있다.
밤나무 밑의 따두릅(독활)은 잎과 줄기의 영양분을 뿌리로 내려보내고 지푸라기처럼 넘어지거나 주저앉고 있으나 늘푸른 장대 소나무와 조경 소나무들은 찬 겨울비에도 오히려 더 검푸른 빛으로 잎들을 잔뜩 오므리고서 버티며 서있다.
산천의 초목들은 지금부터 겨울잠으로 들어가야 하나 저수지에는 다시 겨울철새들이 찾아올테고 내년 설날 즈음까지 쇠기러기, 청둥오리, 고니 등의 도도한 지저귐 소리로 요란법석을 떨게 된다.
자연은 절기대로 순행되고 빌붙어 사는 게으른농부는 내년 봄까지 전지. 전정작업과 온실 안의 철쭉, 장미, 동백 등의 삽목 관리와 꽃연 분갈이 같은 겨울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