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서예:습작과 전시회 50

마지막 체본

매주 화, 목요일 열 시부터 두 시간 동안 문인화를 가르치셨던 도원 선생께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셨다. 요즘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졌는데도 불구하고 공사 간의 일로 과로를 하신 게 원인이 되어 심장마비를 일으키신 것이다. 칠십 고개의 언덕을 채 넘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버리셨으니 가족들의 황망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상복공원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부인께서는 두 눈에서 연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할 지경이다. 평소 절집 스님들과 친분이 두터우신 도원 선생답게 스님의 독경 속에 지그시 내려다보시는 영정사진 속의 눈매는 인자함이 가득하시고 명절 때마다 빼놓지 않고 선물드렸던 제례주 문경 호산춘을 두 손으로 합장하며 받으시면서 좋아하셨던 선생의 면전에 호산춘 한잔 그득이 따러 올리고 ..

문인화 습작

문인화 입문은 작년 5월 8일이고 사군자 중에서 난 그림을 제일 먼저 공부하기 시작했다. 난 그림은 올해 2월말(9개월)에 끝났고 매화 공부는 3월부터 5월 말까지(3개월), 국화중 소국은 6월 한 달 만에 끝났으며 대국 공부는 7월부터 8월 말(2개월)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9월부터 대그림을 공부하고 있으며 이 과정도 조금 공부시간이 많을 것 같다. 도원 선생님의 체본을 받아 임화를 여러 수 십여 장을 그려보면서 손에 익히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모아놓은 습작물 중 조금 나아 보이는 몇 작품을 과정별 사진으로 기록해 두어 훗날을 도모코자 한다. 정유년은 문인화에 열중한 한해로 기록할 수 있는 습작품이 한 보따리 생산되었다는 것이 해를 넘기면서 너무 뿌듯하다.

2017년 서예공부 년말결산

정유년도 며칠 남지 않아서 아직 덜 끝난 서예 공부지만 미리 결산해본다. 행서체는 왕휘지의 집자성교서를 임석하고 있으며 내년 4월쯤이면 끝낼 것 같고 전서는 오창석의 허당기(소전)를 임 서중인데 역시 2월이면 마무리되고 대전을 임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병행해서 협서를 연습하기 위해 미불 선생의 이소경을 두 달 동안 임서해 보았는데 아름다운 행서체에 마음을 뺏긴 지 오래다. 내년에도 한문서예는 물론이고 한글서예 공부도 추가해서 연습할 생각이다.

2017 문자문명전

올해의 문자문명전 전시회가 성산아트홀 전시공간의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일요일에 동업자와 둘이서 우산을 쓰고 찾은 성산아트홀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스님 복장을 하신 세분뿐이었고 적막한 분위기에서 대형 족자와 큰 글씨에 압도되었으나 경남의 서예가 일반도민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았다. 비단 경남의 문제가 아니겠으나 서예를 비롯한 미술계의 일반적인 사실은 개막행사가 있는 당일에는 관련단체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그다음 날로부터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 텅 빈 전시실이 되어 버리는 일이 허다하게 보아온 게 사실이다. 일반도민들이 찾아주지 않는 미술관련의 전시공간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그래도 서예 전업작가들께서 휘호하신 작품 앞에 서면 창..

황외성 전

정산 선생의 열 번째 개인전이 "다실에 어울리는 소품전"이라는 주제로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길 언덕에 있는 해운 아트갤러리에서 개막행사가 열렸다. 부산경남지방의 예술인이 모여 서예 퍼모먼스를 비롯한 조촐한 식전행사가 있었고 부산대 예술영상학과 이진오 교수는 '이번 전시는 차와 관련된 서예작품과 시, 그림을 중점적으로 배치하고 있고 글씨와 함께 그린 다완은 마주 앉아 차를 나누듯 정겹고, 그 선과 색은 시선의 집중을 이끌어 그 색감과 형태, 질감까지 어루만지게 만든다'라고 축하하셨다. 게으른 농부는 두 번째로 정산 선생의 개인전에 참관하였는데 직전 전시회의 누드크로키에 놀랐다면 이번에는 다완을 그린 정물화에서 '이도다완'을 마주하고 있는 착시 감마저 갖게 하는 세밀한 붓놀림에서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려는 작..

파초

문인화의 기본은 사군자부터 시작된다. 맨 처음 시작은 부드러운 선으로 이루어지는 난 그리기 공부를 한 후 매화, 국화를 공부하고 마지막에 거의 직선으로 그리는 대나무 그리기 공부를 하게 된다. 게으른 농부는 지금 대나무 그리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으나 선천적으로 별 재능이 없어 헤매고 있는 중이다. 십 군자까지 전부 공부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모란, 연, 파초까지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우연히 서실에서 글을 쓰다가 잡담 중에 한마디 했더니 서실 학산 선생님께서 파초를 얻어주겠다는 언약을 무심코 들었었는데 고맙게도 그저께 어린 파초 두 포기를 가져오셨다. 김해 지인에게서 얻어 오신 것이다. 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 한 포기는 정식을 하고 또 한포기는 여리디 여린 애기 파초인지라 바깥에서 월동은 무리..

전서 행서 연습

주 닷새 동안 매일 서실에 나가 서예 연습을 시작한 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두 번 보내고 세 번째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 해서체로 기본기를 다지고 행서체를 익히면서 전서체 쓰는 법을 병행하였고 지금은 소전체의 마지막권을 공부 중이다. 공부 시작한 지 한 해가 다 저물어갈 무렵 거실 벽면에 연습한 글씨를 붙여놓고 감상하다가 떼어내면 쓰레기 처리하는 것이 아까워 한벽면이 끝날 때마다 사진으로 기록하다가 '이것들을 농사일기 쓰듯 블로그에 기록해 놓으면 훗날 공부도 될 뿐 아니라 좋은 얘기거리가 되겠구나'하는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서예술에 오랫동안 공력을 들이신 전문가 선생들께서 보시면 코웃음을 칠 일이라는 것을 잘 앎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농부는 용기백배해서 글씨공부에 더욱 힘써 볼까 한다..

제7회 창원문인화지부전

경남교육청 1층 갤러리에서 창원 문인화 지부 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라고는 하나 교실 복도처럼 생긴 하얀 좌우 벽에 그림을 그냥 설치해 놓았을 뿐이다. 안내하는 이도 방명록도 보이지 않고 그림들만 외롭게 서로 마주하고 있다. 문인화의 주제는 매난국죽을 기본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며 문인화 초학자들이 공부하기에 적당한 작품이 많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장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진 후 바로 찾아본 전시장은 관람객이 한분도 계시지 않아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고 출품하신 분들은 이 전시를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작품 구상을 하셨을 텐데 창원시민들께서 이렇게 무심한 것을 알면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 하는 염치없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 전시장을 아무도 찾아 주지 않아도 작가는 그림을 그릴때 고통스러운 행복감을 느끼..

겸재 정선-창원 첫 나들이 전

바람에 붓을 맡기고, 농담에 마음을 담아 조선의 산천을 그리신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전이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의 조현욱 홀에서 열렸다. 전시회 소식을 보름 전부터 알았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전시회 폐막일에 가까스로 선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초여름 날씨에도 가족들과 함께 여러분들의 관람이 이어지고 있었고 원본 작품이 아닌 영인본에 불과한 작품이지만 작품마다 관람객들이 매달려 비단에 세필붓으로 그려진 작품 감상에 여념이 없었고 한쪽 켠에 차려진 동영상 구현 파노라마 시청각 부스에서는 겸재 선생의 작품을 재해석한 그림들이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화의 기초를 공부하고 있는 게으른 농부는 50 여점의 작품마다 선생의 예술적 감각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게 감상하였는데 동행한 동업자의 작품마다 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