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9

수선화

작년 5월에 꽝꽝나무의 그늘에서 꽃이 피지 못하던 수선화무리를 화단 앞쪽의 양지에 일렬로 옮겨 심었는데 그 수선화들이 빼꼼히 새순을 내밀고 있다. 평상시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쳤을 위치지만 곰국요리를 위한 화덕 불관리를 위해 이틀 동안 거의 엎드린 자세로 땅만 보고 오가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것이다. 우선은 반갑기 그지없었고 그리고는 이렇게나 일찍 새순을 올리나(?)였다. 대충 세어보아도 30 포기 남짓 되는 것 같았고 질긴 생명력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양지바른 곳이라 순전히 햇볕의 덕이라고 생각된다.

불멍

설날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농원 근처의 한우전문업장에서 우족사골 한벌을 구입하여 한우곰탕에 도전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동업자의 제안에 맞장구를 치면서 소일거리로 '불멍의 특권'의 까지 누려보자고 시작하였지만 기실은 소나무 삭쟁이와 그루터기 등 땔감조달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고 동업자의 소싯적 추억을 소환해 줄 의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동업자의 설명에 의하면 기계톱으로 절단된 우족은 먼저 초벌로 한소끔 한번 끓인 후 첫물은 버려야 잡내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고 두 번 째는 그득하게 물을 부어준 물의 양이 졸아들어 우족이 보이게 되면 삶아진 진국을 다른 용기에 퍼담아 낸 뒤 다시 물을 처음의 양만큼 부어주고 쉬지 않고 화력을 높여 다시 삶아준다고 한다. 그리해서 삶아진 2차 진국이 만들어지면 ..

겨울비와 개나리꽃

소나무밭의 구석진 모퉁이에 심긴 개나리에 새잎이 나고 노란 꽃까지 달렸으며 화분에 심긴 꽃댕강나무도 작은 새잎이 돋고 있다. 올해처럼 엘니뇨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예년 겨울철의 서고동저형의 기압계 배치가 약화되어 북서풍이 불어 찬바람이 더 센 경우가 많았으나 지난 주에는 오히려 동고서저형인 여름철과 유사한 현상으로 '이례적인 남부는 호우특보, 강원권은 대설특보'가 동시발령되는 배경에 기후변화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온도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남쪽의 뜨거운 공기가 더 많이 올라오고 극지방의 찬공기가 더 자주 내려올 수 있다고 지구환경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금 내리는 겨울비와 눈발이 그치고 나면 전국적으로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중부이북 지역은 한파주의보가 ..

오리무중

겨울 초나 이른 봄이면 논밭의 습기나 주남저수지의 수면증발효과로 흔히 나타나는 안개현상이 짙게 농원을 감싸고 있다. 지난 주초부터 15 도 내외의 기온이 유지되었던 날씨효과인 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만에 농원전체가 안개에 잠겨버려 100m 내외만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업자와 함께 마금산온천욕을 마치고 들렀다가 만나본 안개농원을 기록해 둔다.

만리향 개화

추석명절 후 가을이 익어가면 어김없이 향기를 날리는 나무가 있는데 '만리까지 향기를 뿜는다'는 만리향이 있고 노란 꽃이 피는 금목서와 흰꽃이 피는 은목서로 구분된다. 집 마당에는 금목서 한 그루가 심겨 있고 현관을 출입할 때마다 눈과 코를 즐겁게 해 주고 농원에는 2007년도에 일곱 그루의 은목서 모종을 구입하여 온실 진입로 오른쪽에 심었는데 금목서보다 대개 사흘 정도 늦게 꽃이 핀다. 집이나 농원이나 통로옆에 심겨 있어 가을이면 언제나 진한 꽃향기를 만끽하게 해주는 반려나무들이다.

차나무 꽃

농원 온실 앞의 소나무밑에 노란색 수술이 담뿍 달린 하얀 꽃이 피었다. 이곳은 사철나무로 낮은 울타리로 삼아 동백과 모란 그리고 장미모종을 키우는 작은 밭인데 하얀 꽃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꽃 검색하니 '차나무일 확률이 95%'라고 했다. 종의 분류는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진달래목>차나무과> 동백나무속이다. 자세히 나뭇잎과 꽃잎을 살펴보면 동백씨앗 모양의 열매도 함께 달려있는데 이것들은 올봄에 수정된 것으로 한창 무르익고 있는 중이고 다음세대의 꽃과 함께 달려있는 것이라고 한다. 직접 식목한 나무가 아니지만 사철나무 기준으로 미루어보면 6~7년 동안 주인의 보살핌 없이 홀로 버티다 드디어 꽃이 핀 셈이다. 올 겨울전에 씨앗이 여물면 채종 하였다가 내년 봄에 파종해서 개체수를 늘려볼 예정이며 또 하나..

상사화

십 수년 전 울산 철광산(현재 폐광) 구역 답사 중 처음 보는 꽃으로 만났고 알뿌리 너덧 개를 선물 받고서 감지덕지하여 옮겨 심은 연분홍색 꽃이 폈다. 매년 이맘때즈음 연분홍색의 꽃대는 콩나물 자라는 속도로 솟아올라 꽃잎을 펼치는 것을 보면 한 편의 단막극을 보는 듯 드라마틱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여름꽃이다. 올해는 무슨 곡절이 있는지 알뿌리가 심긴 면적의 1/3 정도만 꽃대를 올리길래 혹시 땅밑으로 두더지가 해코지를 했나 의심을 했었으나 태풍'카눈'이 상륙하는 날에 다시 연분홍 꽃대가 뽀드득 고갤 내밀더니 오늘 아침에 꽃잎이 활짝 피었다. 거의 보름 간격으로 연분홍색의 꽃이 두 번 핀 것이다. 제발 기후변화의 탓이 아니길...사진 1) 처음 꽃핀 날(23년 7월 31일)사진 2) 두 번째 꽃핀 날(23..

붉은 머리 오목눈이

아로니아 열매 수확 중 아로니아 밭의 갓길에 이름 모르는 새 둥지가 보였고 둥지의 주인이 궁금하여 애독하는 밴드 '산새소리 둥지'에 문의를 드렸더니 "붉은머리 오목눈이(일명,뱁새)의 둥지와 알"이라고 동정해 줬다.(동영상중 오디오의 새소리는 직박구리 소리다.)아로니아 열매 따는 일은 부화와 육추가 끝난 후 새끼들이 둥지를 떠난 뒤에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