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까치집 유감

농원에서 제일 키가 큰 소나무 꼭대기에는 까치 부부가 살고 있다. 이들은 필자가 나무를 심거나 가지치기를 하고 있으면 전봇대나 낮은 가지를 옮겨 다니면서 깍 거리곤 한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텃새 취급을 해 주면서 서로 교감을 가졌다고 자부를 하면서 지냈는데 작년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였다. 옥수수 씨앗에서 콩, 김장무 씨앗까지 파종만 해 놓으면 까치 두마리가 온 밭을 휘젓고 다니면서 먹어치우거나 장난질하여 농사를 방해하곤 하였다. 달포 전 농원에 이른 봄바람이 사납게 불더니 커다란 까치집이 부서진 채 떨어져 있는가!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면서 걸쳐진 까치집까지 바람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 이후로 까치 두 마리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다. 까치소리도 그때부터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부서진 주인없는 까치..

창녕장 풍경

잠이 덜 깬 첫째를 닦달하면서 과수원 정비 작업을 위해 이른 아침에 나섰으나 중간 경유지인 창녕읍을 지나면서 필자의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다. "내만 좋아하는 일을 언제까지 동업자와 아들들에게 가장의 권력으로 강요만 할 것인가?" 특별한 선물인 것처럼 과수원 일은 잠깐 제쳐두고 창녕장 풍경 속으로 찾아들었다. 이번 창녕장은 운 좋게도 일요일이 겹치는 날이다. 점심을 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진짜 수구레국밥"을 맛보기로 했다. 1차 과수원 정비 작업할 때 작업을 마치고 귀갓길에 창녕읍의 동네 식당에서 아주 늦은 점심으로 맛본 수구레의 맛은 영 아니올시다 였으나 이번에 맛본 '수구레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의 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그 맛이 구수하고 담백하였다. 장터국밥의..

매화꽃

방울토마토 풋고추를 심어 여름 입맛을 즐기는 크지 않는 밭 구석에 3그루 홍매화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이른 봄부터 꽃이 핀 다고 "설중매"라는 이름을 가진 홍매화다. 이 유실수는 언제나 봄만 되면 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매실 수확보다 조경수로 쓰임새가 더 많다는 나무장사의 말이 새삼 새롭다. 꽃샘추위 속 진홍빛 꽃 이파리와 노란 꽃수술이 올해는 더 이쁘다. 작년에 청도 과수원에서 이식해 온 것이다.

대보름 달맞이 달집 태우기

잔뜩 흐린 날씨에 마을마다 달맞이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농원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의 신방마을에는 제법 규모가 큰 불꽃 제단이 어저께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도로변에 흰 천막이 차려지고 농악대도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는데 농원에서 어물적 거리다가 행사 시작시간을 놓쳐버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행히 행사 말미에 현장에 가까스로 도착해 몇 장면을 게시할 수 있었다. 빗줄기가 몇 방울씩 듣는 중에도 마을 주민들 여러분께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시면서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대동사회의 한가족 잔치처럼 보인다. "풍수해 없는 풍년 농사가 이루어지도록 하소서"

월동

전국에 한파 주위보가 예보되었다. 중부지방에는 큰눈이 내릴 날씨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방송이 잇 다르고 있다. 오전 중에는 햇살이 따뜻하더니만 오후에는 바로 구름 낀 날씨로 변해 버린다. 농원에는 딱히 한파 대비를 준비할 것도 없어 연못 3개에 지하수를 가득 채워서 수심을 깊게 해 주는 수밖에 없다. 연못물 속에는 꽃연과 수련 등 수생 식물이 다수 월동하고 있다. 지하수를 양수하는 동안에 난로에 군고구마를 구워 중참으로 삼았다. 저수지에는 겨울 철새들이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하면서 내는 지저 기는 소리가 한파 소식을 무색게 하고 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한마당을 찾아 주시는 블로거 여러분! 새해에는 아프시지 마시고 언제나 웃으시면서 건강하시고 교통사고 없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드리며 가정에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베드로 올림) 또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으나 우리 일상은 변한 게 없다. 그저 그렇게 낮이 짧아 졌다가 또는 길어졌다가 하면서 사계절이 바뀌고 있는데 내 몸과 마음만 늙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하릴없이 티비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 없어 수년만에 해맞이 나들이를 나서기로 하였다. 물론 동업자와 동행이다. 올해는 해가 뜨는 장면을 제대로 잡았다. 얇은 안개속의 선 새벽에 분홍빛 새해가 천천히 두 사람의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 같더니 십 분도 버티지 못하고 그냥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아침을 맞이하는 철새무리가 하늘을 날아오고 빙판으로 변..

이상기온

11월 중에 가을비가 이렇게 추적거린 적은 별로 없다. 게다가 기온까지 봄 날씨다. 농원의 개나리가 색 바랜 이파리를 단 채로 노란 꽃이 피었다. 화분 속의 여름꽃 문주란도 짧은 목을 내밀더니 하얀 꽃이 피어 버렸다. 이 무슨 얄궂은 조화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지역 방송의 티브이 화면에서는 서부 경남의 명품 산청곶감이 가을비에 곰팡이가 핀 채로 건조대에서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내년 설 대목을 기다리는 농업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상 기온을 탓하면서 그냥 쳐다보기에는 너무 민망하다. 하나뿐인 지구, 우리 후손에게 빌려온 자연이 자꾸 망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을꽃밭

가을꽃 하면 국화가 으뜸이다. 통합 창원시의 마산구에서는 가을국화축제가 한창이라던데 시간이 허락지 않아 가보지 못하고 있다. 농원에도 가을꽃 국화가 피기 시작하고 있다. 늦여름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메리골드도 마지막 온 힘을 다해 검붉은 색깔을 뽐내고 있고 윗집 전원주택에서 이식한 벌개미취는 보라색 꽃잎이 아직도 싱싱하다. 봄이면 끊임없이 발근작업을 했음에도 숨어서 속성 줄기를 올린 개옻나무잎은 발갛게 가을 단풍이 물들었다. 씨앗을 구입하여 파종한 맨드라미는 여태껏 멀쩡하지만 코스모스, 과꽃, 노란 꽃 분홍색 분꽃은 이미 스러져 자취도 없다. 가을국화는 서리에는끄덕없고 살얼음이 피는 초겨울까지 따스하게 농원을 밝혀 줄 것에 틀림없다.

선인장

농촌을 경험해 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나 주택에서 선인장 화분 한두 개는 키워 본 경험이 있을게다. 먹지도 못하는 탱자를 딸려고 가만히 찔려 넣은 팔뚝에 어시고 시퍼런 가시, 불쑥 찔려 보았던 무정한 추억(?)이거나 손톱 밑에 박힌 가시를 아랑곳하지 않고 분갈이, 물 주기를 하면서 분홍색갈이 선명한 꽃이 피는 선인장은 여간해선 잘 살아남는 예쁜 화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청도의 한 요양기관 출입문옆에 무심히 버려둔 선인장 화분에 크고 화려한 보기 드문 하얀 꽃이 달려있다. 인생의 막바지에 기사회생을 포기한 채 정신줄을 놓아버리신 어르신들의 보금자리앞에 놓여있는 화분이라서 그런지 하얀 꽃조차 조화처럼 보이는 것은 웬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