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농원의 새아침

동해안 일부와 독도 제주도에서만 해맞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구름 속에서 떠오르는 새해의 해맞이일 망정 가자고 고집을 부려 농원으로 여명 속의 새벽길을 달려갔다. 온실 속의 나무난로에 불을 지피고 구울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는 동안 동이 트고 있다. 동이 트는 산에 붉은 해가 빼꼼히 내민다. 불타는 새해가 조금씩 솟아 오르고 있다. 동업자와 둘째는 이구동성으로 아! 하고 탄성을 지른다. 가슴이 금방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낀다. 해는 완전히 결빙된 저수지 수면을 거울삼아 또 하나의 붉은 해를 길게 늘어 뜨리고 있다. 예년과 달리 잘 결빙된 저수지 효과가 붉은 해를 두 개로 만든 것이다. 하늘에는 쇠기러기떼가 붉은 해에 취해 어지러히 날아오르고 붉은 해는 하늘로 높이 솟아 올라 버린다. 뜻밖..

대설

대설 절기에 꼭 맞게 함박눈이 내렸다. 창원지역은 눈이 내리더라도 금방 녹아버리거나 눈이 비로 바뀌어 버리기 일쑤인데 이번에는 약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내렸다. 차도의 차량은 벌써 속도를 늦추었고 보도를 걷는 사람들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우적거리며 걷는 모습이 여간 불안하지 않다. 농원의 설경과 저수지의 철새 동태를 살피러 동읍 나들이를 나섰다. 인적이 드문 농원에는 바람이 불고 있어 그런지 옴팍한 곳외에는 눈이 없고 하얀 눈으로 장관을 이루었을 거라는 희망사항은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꽃잎이 남아 있는 장미꽃잎에는 하얀 눈꽃이 소복히 쌓여 있고 선잎 쭉정이가 곧곧이 서있는 연못에도 살얼음 위에 하얀 눈이 포근하게 덮여있다. 을씨년스러운 농원 풍경을 뒤로하고 저수지에서 열심히 먹이활동..

가을비속의 농원 나들이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제정한 우리나라의 공식 기념일이다. 일요일이어서인지 언론에서도 조용하다. 어젯밤 가을비는 오늘 아침까지 추적거리며 쉬지 않고 내리다가 정오쯤 비가 그치고 있다. 비 맞은 가을꽃들이 궁금하다며 동업자는 농원 나들이를 고집한다. 필자는 내심 철새의 귀환이 더 궁금하였기에 군말 않고 카메라 채비를 하고 동업자를 뒤따른다. 골격만 세운 닭장, 허수아비 그리고 며칠 전 장난기로 만든 천하대장군 조형물 등 보여줄 것이 많다. 다시 가을비가 내릴 때까지 한참 동안 그렇게 농원에서 놀다가 비를 맞으며 주남저수지에 돌아온 철새를 만나러 갔다.

청설모

일전에 한번 소개드린 청설모가 일요일 새벽녘에 다시 농원을 방문하였다. 대담하게도 온실앞까지 진출하는 것을 보니 마치 제집 드나들듯 하는 것 같다. 그전의 개체인지 그 가족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나무의 새순을 잘라 놓거나 토마토나 고추 등에게 이빨 자국을 남기는 놈으로 지목하고 있던 터라 청설모 개체의 출현이 이를 증거 하는 것 같아 썩 반갑지만은 않다. 농원의 돌복숭아 나무아래서 낙과된 덜 익은 복숭아 하나를 입에 물고는 바로 소나무로 뛰어 올라가 야금야금 얄밉게 먹는 꼴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치자꽃

창문을 열면 들큼한 향기가 새벽 공기, 새소리와 함께 날아든다. 매년 장마 때 꽃이 피어 비에 젖은 꽃만 보다가 올해는 봄 가뭄에 치자향을 만끽하고 있다. 하얀 꽃 향기에 달라붙던 벌레도 건조한 날씨에 드물게 보여 더 깨끗하다. 꽃이 크고 화색이 좋아 노지 삽목에다가 온실 삽목까지 수십 개체를 생육 중인데 활착률이 월등하여 울타리 조경수로 많이 생산할 계획이다.

보리똥 열매 수확

연 사흘간 매일 약 30 여분 동안 보리똥 열매를 따느라고 애를 썼다. 농원에 세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잘 자라다가 작년 겨울 혹한에 한그루가 동해를 입어 고사되고 두 그루는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빨간 열매가 빼곡히 달렸다. 처음 이름도 모르는 나무가 이웃의 담장 너머 빨갛게 열매로 달린 게 탐스러워 이듬해 노지 삽목을 시도한 지가 7여 년 전 일이다. 약 15센티미터의 삽목 주가 이제는 어른 키를 훌쩍 넘어 작년부터 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이틀 전의 것은 황설탕과 1:1 배합으로 담갔고 오늘 수확한 것은 별도의 용기에 즙으로 담글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보리똥나무는 덩굴성으로 남해안과 제주도에 서식하는 잎이 지지 않는 상록성 보리수나무가 있고 일명 보리 장나무, 볼레 나무, 잎 보리 장나무, 봄보리 똥 나..

청설모

농원을 만들면서 소나무밭에는 이맘때쯤 어김없이 청설모가 등장한다. 작년의 경우 가을 바람이 선선할 때 소나무 꼭대기를 날아다니면서 솔방울을 까먹고서는 빈 껍질을 소복하게 버려 놓았던 그놈이 분명하다. 어디서 월동을 하고 이렇게 일찍 농원에 다시 나타날 수 있었는가는 알 수 없지만 별로 이쁘지는 않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소 혐오스러운 몰골을 가지고 있는 놈의 등장이 썩 반갑지는 않다. 급하게 숲속에서 뛰어 오더니 뽀로로 연못으로 달려가 목을 축이는 꼬락서니가 갑자기 안쓰러워서 몇 장 디카로 담아 보았다. 농원을 찾아 온 손님(?) 대접을 하는 셈이다.

모란

저의 블로그에서 소개드린 것이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른 채 다시 모란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저의 집 마당의 모란(목단)꽃은 저의 모친께서 저에게 선물하신 꽃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꽃입니다. 겨우내 찬바람을 이기고 다시 화사한 모란꽃이 만개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촬영한 사진 몇 장을 게시드립니다. 그리고 어제 2년 전에 농원에 파종하였던 모란(목단) 씨앗이 다시 두 포기의 모란이 싹을 올린 것을 알았습니다. 씨앗 싹 틔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모란 싹을 블로거 여러분에게 소개드리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모두 3개의 모란 씨앗이 2년 동안 싹을 올렸습니다.^^ 사진 1 왼쪽 애기 모란은 작년에 싹을 올렸던 놈이고 오른쪽 두 놈은 올해 처음 싹을 틔었다. 모란은 파종 후 대략 2~3년은 끈기 있..

제비꽃

봄비가 여름 소나기처럼 내린다. 강원도에는 때아닌 눈까지 내린다는 예보가 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 온실 안 문주란 화분 속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다. 제비꽃이다. 문주란의 동해를 막기 위해 보온덮개를 겹으로 해준 덕을 매년 고스란히 제비꽃이 누리고 있다. 비록 더부살이하는 화분 속이지만 나 보란 듯이 튼실한 꽃을 올려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