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창녕함안보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훑고 지나간 낙동강 유역에 내린 막대한 수량의 빗물 때문에 낙동강에 한때 홍수주의보가 내려졌고 그 이튿날인 오늘 오후에 낙동강 본포 나루부터 창녕함안보까지의 낙동강을 동업자와 함께 보고 왔다. 누런 황톳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오랫만에 보는 터라 웅장하기가 그지없고 강 한복판에 설치된 전망대에 서 바라보는 자신의 몸뚱이가 무척 왜소하게 느껴져 겁이 날 정도였다. 수력발전소 앞에 설치된 어도가 완전하게 잠긴 것을 보니 강 수위가 상당히 높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보洑는 완전 방류 상태로 개방되어 강물은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가을태풍

제25호 태풍'콩레이'가 오전 9시 반쯤 경남 통영으로 상륙한 후 부산을 들른 다음 12시 반쯤에 포항 앞바다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이 예고한 속도보다 더 빠른 시속 50~60km의 속도로 한반도에 접근하다가 남해안에 살짝 걸치는 시늉만 하고 동해로 진출한 것이니 십수 년 전 10월 중 들이닥친 가을 태풍에 여러 번 놀란 남해안 주민들은 그야말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형국을 연출한 불행 중 다행의 가을 태풍으로 '콩레이'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도 해코지가 영 없는 것이 아닌 것이 집 앞 어린이공원의 단풍이 들기 시작한 아름드리 낙엽송 잎들을 사정없이 훌쳐 뜯어 발겼을 뿐 아니라 집 마당에 곱게 기르던 파초의 넓은 잎들을 꺾어버리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처참하게 찢긴 파초는 가을 태풍 뒤 바로 찾아..

가을농원

가을비가 몇 날 몇 밤을 추적거리더니 하늘 개이고 아침 바람이 선선하다. 폭염이 밤낮으로 괴롭히고 열기가 식을 것 같지 않더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씀과 같이 청명한 가을이 어김없이 저절로 또 찾아오신 것이다. 주로 조경소나무가 심긴 농원에도 완연한 가을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세 곳의 연못에는 고개꺾인 연밥 줄기와 선 잎들이 가을바람에 부석거리며 서있고 당귀가 심긴 약초밭에는 잡초처럼 핀 부추꽃이 하얗다. 아로니아 밭은 이미 노랗게 단풍이 물들고 있고 장송 몸통을 껴안고 기어오르는 능소화 붉은 꽃은 꼭대기에서 남실거린다. 바로 아래단에 심긴 배나무는 노란색 봉지를 뒤집어쓴 다섯 개의 배가 가지 끝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애기사과와 모과 열매는 모진 여름 폭염에 기가 죽었는지 과실 상태가 형편없으..

파초

작년 9월 27일 분양받은 두 그루의 파초가 유난스럽던 폭염 속에도 잘 크고 있다. 집 마당 구석에 심겨젔던 놈은 당연 그렇다 치더라도 화분에 심은 애기 파초는 월동기간을 집안에서 보내고 봄부터 새싹의 움직임이 없어 거의 두 달 이상 애를 태우더니 5월 중순이 지나서야 새촉이 돋았고 새잎이 5장이 넘었을 때 농원 온실 입구에 옮겨 심었다. 이식 후에도 뒷 몸살로 먼저 난 잎들이 녹아 내리는 바람에 너무 일찍 옮겨 심었다고 며칠 동안 자책하면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근 보름 후 새순이 다시 올라와 기쁘게 해 주기도 하는 이제는 관심종자가 되었다. 농사는 끈기가 힘있는 농기구다.

상사화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권을 벗어난 창원지역은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혹시나 싶어 확인한 농원에도 소나무 잔가지만 꺾여 널브러져 있을 뿐 바람의 해코지는 없다. 강수량도 거의 없어서 연못바닥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분홍색 꽃대를 올린 상사화와 연잎만 비스듬하게 서쪽으로 쓰러져 있을 뿐이다. 검은 구름속을 뚫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부리부리한 두눈

한반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는 태풍의 눈이 부리부리한 게 무섭다. 눈 한 개는 태풍 '솔릭'의 것으로 서해안으로 향하고 있고 다른 한 개는 솔릭을 뒤따라 북상하고 있는 태풍 '시마론'이다. 솔릭은 충남 보령쪽으로 상륙해서 강원 속초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고 내일 새벽 3시쯤이면 태풍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강력한 바람과 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여 국가기관들은 비상근무 중이라고 한다. 경남 일원도 태풍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단감 농업인들께서도 나름대로 대처를 하시고 있고 게으른 농부도 온실 옆창을 완전히 내려서 바람구멍을 전부 막는 작업을 끝내고 왔다. 추석 명절이 코앞인 것이 태풍의 계절이 왔슴을 실감하면서 농사는 자연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새알 4개

올해도 우편함에는 작은 알을 품을 품는 박새류의 새가 들락거리고 있다. 지난 오월의 어린이 날에 온실 안의 누룩 보관상자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부화시킨 그 무리와 같은 종류로 보이는데 정확한 품종은 감별할 수 없다. 겨우 날개짓을하는 새끼 두 마리를 발견하였지만 어미새 한 마리가 새끼들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고 보려고 목숨을 걸다시피 온실 안을 휘젓듯이 날아다니는 바람에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어미새가 제풀에 죽을 것 같았고 그리되면 어미 잃은 새끼까지 줄초상(?)을 당할 것 같아 사흘 동안 온실 문을 열지 않았다. 우편함 둥지도 지하수관정을 가동하는 전력함이 같은 전신주에 달려있어 지하수를 양수하려면 우편함 접근이 불가피하지만 다행히 장마가 시작되어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