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청도과수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반은 맞혔고 반은 어긋났다. 늦은 아침 목욕가방을 챙기는 동업자를 향해 청도 과수 윈을 먼저 살펴본 후 북면온천행이 어떠한지를 넌지시 물었더니 대번에 콜사인을 주었다. 10시 반쯤 도착하여 과수원에 들어서니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며 '여기를 먼저 오길 정말 잘했다'라고 동업자는 좋아 죽는다. 청매실은 가지마다 손톱만 한 열매가 조롱조롱하고 자두는 하얀 꽃이 만발하였으며 입구의 진입로 경계수로 심었던 오갈피 열 그루는 연둣빛 새싹이 타박하게 어우러져서 과수원 분위기를 환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반시와 둥시감 나무는 이제야 파란 싹이 돋아나고 은행은 노란 움촉이 가지마다 봉곳할 정도다. 동업자는 뭐 하시나 봤더니 오갈피나무 아래서 새순 따기에 여념이..

모과와 애기사과꽃

새벽부터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아침 일찍 농원을 둘러보았다. 우선 온실의 옆 창문부터 내려주고 저수지를 내려다보니 살짝 안개 기운이 있어 잿빛 하늘에 잿빛 수면으로 맞붙어있다. 꽃 연이 심긴 연못 수면에는 빗방울 파문이 그려지고 풀잎마다 빗방울이 초롱초롱하고 조용한 것이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며칠 전 미친바람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힌 뉴스 그림을 보고 강한 바람의 해코지를 실감했던 터라 바람 예보에 무척 민감해졌다. 요번 비는 바람 피해 없이 봄비처럼 조용히 내려서 끝물의 봄꽃들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과와 애기사과꽃이 바람 앞에서 활짝 폈다.

배꽃

배 꽃망울이 봉곳해진 줄 알았더니 하얀 꽃이 한꺼번에 터졌고 발그스레 새잎이 어느새 돋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어대는 미친바람에 활짝 핀 배꽃과 윤기 나는 새잎들이 어지럽게 팔락거린다. 봄, 겨울, 봄, 겨울 널뛰기로 흔들어대니 산천초목마저 헷갈리나 보다. 어지러운 봄이 헤설프게 저물고 있다. (초속 20미터 태풍급 봄바람 주의보, 오늘 밤 전국 비예보, 봄바람이 심상찮다.)

돌복숭나무

돌쇠와 강쇠가 암탁들에 대한 주도권을 독점하기 위해 혈흔이 낭자하도록 전투를 벌였던 닭장 앞에서 선홍빛 복사꽃이 폈다. 농원을 차린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으니 그전부터 혼자 싹 틔우고 덩치 키우다가 3~4여 년 전부터 꽃 피고 열매 달렸고 그 이후로 비로소 주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꽃나무에 불과한 관상수였다. 작년 가을에는 수형을 고친답시고 키까지 낮추어 버렸으니 돌복숭은 여간 섭섭지 않았을게다. 그런들 저런들 올해도 무심하게 고운 꽃을 피워서 주인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니 한여름에는 못생기고 작은 털복숭아 열매까지 또 선물해 줄 참인가 보다. 농원 정비차원에서 굴참나무를 베어 눕혀서 친환경 벤치를 돌복숭 아래에 차렸으니 컵라면 중참을 먹거나 캔맥주 마시는 안성맞춤 쉼터가 될 것이다. ~~~~~*맨 끝..

봄비 나들이

오늘 정오 즈음부터 창원지역도 세 번째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 비는 약 사흘간 계속될 거라고 예보되어 있다. 온실 속의 삽목 포장에 대한 관리를 위해 농원을 방문하였더니 화창하게 핀 벚꽃나무 아래는 봄비 때문에 낙화된 꽃잎이 즐비하였고 문득 군항제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진해의 벚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쇠뿔은 단김에 뽑는 법, 비 내리는 진해 나들이를 바로 시작했다, 나들이 순서는 안민고개~해군통제부~여좌천~장복산옛터널(구도로)까지로 잡았다. 안민고개로 일컬어지는 곳은 비좁은 도로 양쪽으로 산벚나무가 오래전에 심겨있어 벚꽃터널의 장관을 매년 즐길 수 있는데 오늘은 주말이 아닌 데다가 비까지 추적거려 교통은 보통이었으나 일부 생각 없는 여행객의 불법주차로 잠시 교통불편이 발생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

개살구

농원 입구의 오른쪽 귀퉁이에서 벚꽃보다 언제나 일찍 피는 벚꽃을 닮은 꽃이 활짝 폈다. 어린 묘목을 사서 심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무 중에서 속성으로 자라 과연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가 달릴지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3 미터 내외의 큰 키에도 꽃이 시원찮게 피더니 올 봄은 가지마다 꽃들이 만발했고 꿀벌들의 날갯짓 소리까지 번잡스럽다. 매년 작은 열매가 달렸으나 결실 되지는 않아 수확할 열매는 볼 수 없었고 나무 아래에서 낙과된 손톱만 한 열매 흔적만 있었을 뿐이었다. 바로 옆 근거리에 심겨진 벚꽃나무의 굵은 줄기의 모양이나 색깔과도 완전히 다르고 고교 동창에게서 얻어 심어서 달걀 크기 만한 몇 개의 과실까지 맛 본 '진짜 살구나무'의 그것과도 다름을 확인하고는 우리나라의 '토종 살구나무'라는 결론을 ..

봄비2

경남지역에는 20~60 밀리미터의 강수량이 예상되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약 열흘 전에 봄비가 내린 후 비 다운 봄비가 또 찾아주어서 밭작물에는 보약 같은 단비라고 할 수 있다. 마당에 심긴 모란 꽃봉오리는 봄비가 내릴 때마다 쑥쑥 자라는 것 같고 몸집을 줄이기 위해 작년에 강전정을 해준 동백과 목련은 힘에 부치는지 겨우 꽃잎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올봄에는 목련이 동백보다 먼저 피기 시작했다. 지난겨울의 지독한 한파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한반도의 봄꽃 개화시기도 약 열흘 정도 늦게 북상할 것이라는 기상예보도 있었기에 미루어 추측해 본다. 예년과 다른 지독한 한파나 가뭄,더위는 지구적인 기상이변일 것이고 자연계의 모든 생물들도 당연히 영향을 달게 받을 것이니 조금은 더디고 불편 하더라도 아끼며 살아내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