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찔레꽃

짧은 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찔레꽃이 피고 있다. 산과 들의 양지바른 물가에 가면 어김없이 찔레를 만날 수 있고 땅 위에 바짝 엎드려 번식하는 찔레 줄기는 낫질을 하는 농부의 팔목이나 발목 정강이 언저리를 할퀴기 일수지만 지금쯤 늦봄이면 어김없이 노란 수술을 곧추세워 하얀 꽃잎이 활짝 핀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면 동네모퉁이 길너머에서도 찔레 향을 알아볼 수 있고 밭두렁 옆의 웅덩이가에 웅크리고 있는 하얀 꽃도 폈음을 눈치챌 수 있는데 이 알듯 모를 듯 한 순박한 향기는 언제나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애처롭고도 익숙한 냄새다.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농원 이곳 저곳에서 굵은 줄기를 가진 찔레 여러 포기를 한 다발로 묶어 연못 입구에 모아 세워 심었는데 이제는 제법 싱싱한 가지를 사방으로 뻗친..

모란꽃 화병

작년에 마당의 모란꽃 송이를 식탁으로 배달하고 동업자로부터 좋은 말씀(?)을 들은 터라 올해는 꽃이 피자 마자 일곱 송이를 화병에 꽂아 대령하였다. 거실과 부엌은 모란꽃 향기로 가득해지니 동업자는 연신 상글벙글하다. 불 꺼진 부엌을 들어가면서도 모란꽃 향기를 발견해 내고는"모란꽃이 어둠 속에서도 나 여기 있네! 하는 것 같다면서 좋아하는 얼굴이 점점 모란꽃을 닮아 가는 것 같다. 제발 더 늙지 말고 건강하게 지금처럼 기운차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부귀영화를 상징한다는 모란이 그 꽃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힘을 부릴 줄 아는 것 같다.

거울에 비친 벚꽃

장대비를 맞은 여좌천 벚꽃의 안부가 궁금한 동업자의 채근에 못 이겨 다시 여좌천을 새벽 6시에 찾았다. 여좌천에는 상류의 유역면적에 오염시설물이 없어 맑은 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좌우의 목책 산책도로에는 흩어진 벚꽃이 즐비하다. 장대비와 사나운 바람에 못이겨 억지로(?) 낙화되었음이 분명하다. 온 김에 몇 발자국만 더 보태면 바로 민물고기에 대한 전문 연구기관인 내수면 연구소가 있고 저수지 주변에는 오래된 거목들이 수면가에 심겨 있으며 벚꽃 고목도 몇 그루가 있다. 저수지에 접근할 무렵에 구름을 헤치고 햇빛이 저수지 수면을 조명하고 맑디 맑은 수면에는 벚꽃 거목의 웅장한 모습이 '거울에 비친 벚꽃'의 모습으로 찬란하고 화사한 그림이 되어 되비치고 있었다. 분홍 분홍 분홍이다. 저수지 주변에는 인근의 주민..

봄비와 벚꽃

봄비가 여름 소나기처럼 내렸다. 벼락과 천둥소리로 시작된 어제부터 내린 창원지역의 장대비 강우량은 100 밀리 정도라고 하니 이틀 강우량치곤 많은 수량이어서 바짝 메마른 산과 들을 촉촉이 적셔 주었다. 농원의 벚꽃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가 봤더니 역시나 낙화된 꽃잎 흔적이 입구의 진입로에 즐비하다. 다행히 지금은 개화 초기라서 아직 꽃망울이 많이 달려 있고 일주일 정도는 벚꽃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인데 다시 비 예보가 있어 여간 찜찜하지가 않다. 한 일주일 정도만 봄비가 늦게 참아준다면 진해 군항제만 고대하고 기다렸던 여러 분들께서 고마워할텐데,,, 봄비와 벚꽃은 자연의 법에 따라 내리고, 피고 그리고 진다.

벚꽃 만개

명자, 히어리, 개나리, 살구, 처진 올빚 등이 차례로 개화되고 지금은 벚꽃나무가 봄꽃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처진올벚보다는 약 일주일 정도 개화시기가 늦으나 개화 후 만개되는 정도는 훨씬 빠른 것 같다. 순식간에 모든 가지의 꽃망울이 터져 버리고 꿀벌의 앵앵거리는 소리도 처진 올 벚꽃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농원의 입구 정중앙 진입로에 심긴 2그루가 생육상태가 좋아서 꽃망울도 많이 달리나 나머지 3 그루는 크기도 왜소하고 꽃도 별 볼품없다. 새벽 북면온천 후 둘러본 농원은 '안개낀 꽃대궐'로 변해 동업자의 입이 귀에 걸리게 해 주었고 저수지의 물안개가 몽환적인 수묵화의 한 풍경을 연출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 열흘동안 게으른 농부와 꿀벌들의 세상이 왔다.

여좌천 벚꽃길 산책

아침 7시에 진해 여좌천 벚꽃길 산책을 동업자와 함께 나섰다. 벚꽃 관광객의 번잡을 피해 집에서 20 여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호젓한 아침 산책을 즐겨볼 생각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헛일이 되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이 찾아준 여좌천 벚꽃은 이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고 하천을 사이에 두고 목책길에는 가족이나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어떤 이는 유모차를 끌고 여좌 천변의 아랫길까지 내려가 사진 촬영하는 극성까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좌천 목책 울타리에는 30년대 부터 지난해까지 군항제 행사 사진전이 펼쳐지고 있고 그 사진들은 1970년도부터~73년도까지 34개월간 진해 모 부대에서 근무 중 매년 외출 허가를 받아 '청춘의 자격'으로 만나 본 벚꽃나무의 기억(?)이 새록새록 새로웠..

봄꽃-수선화

농원 정리를 위해 새벽 6시에 농원을 찾아 온실 안의 꽃연 분갈이 정리와 온실 앞 화단의 국화 잔대 정리 등의 작업 후 생긴 잡풀 찌꺼기를 드럼통에서 소각하고 나니 주위가 말끔하다. 동행한 동업자가 풀더미 낙엽속에서 봄꽃을 찾아냈다. 노란 꽃을 가진 수선화다. "꼭 조화같이 생겼네!" "그 옆에 폈던 할미꽃은 안보이네." "조금 더 있으면 올라 오려나?" 몇 송이의 봄꽃 앞에서 봄을 보고 있는데 구름 속에서 아침해가 뜨고 있다. #추가 사진 5:온실 입구 화단에 뒤늦게 핀 수선화 2촉(17.4.1. 촬영)

소나무 이식

마당 귀퉁이에 있던 20여 년생 소나무가 원인모를 병으로 갑자기 고사해 버린지 삼 년째다. 농원의 조경수중 혼자서 옮기기 쉬운 작은놈을 골라서 작업을 시작한 지 거의 한 시간 만에 조경용 포대기와 끈으로 묶어 분 뜨기를 마치고 상차를 시도했으나 잔뿌리를 많이 살려보려는 욕심으로 다소 분 크기가 커지는 바람에 혼자서는 들 수 없는 무게가 되어 이웃 농업인의 손을 빌려 겨우 상차할 수 있었다. 다음은 소나무 분을 집 앞에서 하차하는 작업 하며 마당 구석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작업은 동업자의 도움을 받았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3여 년이 걸려버린 숙제를 지금 끝냈다. 제대로 멋 부린 조경수가 되려면 10여 년 이상 순집기, 전지작업을 하면서 잘 관리해 줘야 한다. 옮겨진 소나무의 생육상태를 보고 주위 환경과 잘 ..

봄꽃-명자꽃

드디어 명자꽃이 피기 시작한다. 농원에서 처음 피는 꽃은 홍매화, 청 매화고 이어서 명자꽃, 히어리, 개나리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살구꽃,벚꽃,능수벚꽃도 서로 다투어 피어 대면 농원은 잠점 꽃대궐로 변해 버린다. 땅 위를 기면서 피어대는 풀꽃은 지금 냉이꽃이 피었고 제비꽃도 질세라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명자꽃의 진빨간색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흑광의 꽃 이파리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