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꽃연 화분갈이

화분에 심긴 꽃 연은 화분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3년마다 분갈이를 해준. 게으른 농부는 분갈이 주기를 미루거나 월동 대책이 미비한 사유로 여러 품종의 꽃 연을 고사시키고 남은 품종은 열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 꽃연에 미쳐 연꽃 주산지나 유명 연꽃단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전남이나 경북의 농촌기술센터 주관의 강의를 빠지지 않고 다닌 지도 어엿 십수 년 전의 추억이 되었다. 미루다가 더는 시간이 날 것같지 않아 마당의 꽃연 화분을 엎었다. 깊은 화분의 꽃연은 씨줄기가 튼실하게 번식되었으나 얕은 화분의 초소형 꽃 연 품종은 동해를 입어 씨줄기 일부가 녹아서 고사되었다. 다행히 두 개의 씨줄기를 건사할 수 있어 새 생명 연장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분갈이해 보시지 못한 블로거 여러분을 위해 엎은 화분..

경칩

예년과 같은 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이 개구리가 동면을 끝내고 뛰쳐 나온다는 경칩 절기인데 연못 주위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고 작년에 이식해 준 상사화 새싹만 파랗다. 농원 연못에 사는 참개구리의 합창이 듣고 싶으면 연못에 물을 가득 채워 줘야 한다. 타래같이 생긴 투명한 개구리알 푸대에서 생산된 굵직한 올챙이 무리들이 곧 바글바글 하겠다.

상상공작소ㅡ매직월드

경남도립미술관은 지금 DNA공존의 법칙, 상상공작소, 소장품 기획전을 전시하고 있다. 상상공작소 전시장을 맨처음 들러보는데 전시장 입구부터 취학 전 어린이와 초등학생들로 만원이다. 어린이를 안거나 손목을 잡은 젊은 부부들은 천방지축으로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을 통제하느라고 여념이 없고 스태프들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이 어른할 것없이 줄을 서서 입장하는데 동업자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 잡상인이 메고 다니던 만화경부터 파노라마 영상장치, 공기흡입장치 놀이도구와 엘리스의 나라 부스의 거울 요술집 등등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많은 기구들이 어린아이들의 감성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매직월드 전시장 장외 코너도 어린이와 부모님들이 함께하는 체험장이 차려져 가족별로 무엇인가..

우수

비가 내려 싹이 튼다는 우수 절기다. 올 겨울은 무척 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남녘땅 창원지방에는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아 녹을 눈조차 아예 없다. 바짝 마른 단감나무 과수원에서 회오리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가는데 단감나무 잎의 낙엽을 한꺼번에 하늘 높이 감아올려 검은 기둥을 만들더니 주남저수지 쪽으로 휙 날아가 버린다. 농원의 언덕에 이식한 홍매 세 그루에는 검붉은 꽃봉오리가 잔뜩 맺혀 있고 몇개는 만개되어 벌꿀을 부르는 향기를 뿜고 있지만 날씨 탓인지 벌들은 보이지 않는다. 봄소식을 배달하는 첫번째 꽃-홍매가 피기 시작했다.

입춘 메뚜기

농원 언덕에 퍼지고 있는 잔대 제초작업 중에 메뚜기를 만났다. 전정가위로 웃자란 잔대 가지만 정리하고 있는데 느린 움직임이 있어 일손을 멈추고 보았더니 줄기 뒤에 숨은 놈은 다 자란 메뚜기가 아닌가! 오늘이 입춘 절기이지만 며칠전 소한 절기의 엄동설한에 온 천하가 꽁꽁 얼어붙었던 기억이 생생하기에 생뚱맞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엎드린 채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가까운 함안이나 여수지방에서도 십여 년 전 온실 속이나 야외에서 관찰되었다는 자료를 2건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월동이 가능한 지를 몰라 메뚜기생태도감(김태우 박사의 저서)의 소개글을 검색해 보았지만 그곳에서 관련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생태도감을 구해서 속속들이 찾아보면 해답이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덕분에 여치 방아깨..

겨울꽃 -비파

석산 농원과 청도 과수원에는 과수목이 심겨 있는데 봄, 여름, 가을에 피는 꽃나무와 초본류를 꽃이 필 때마다 소개드렸다. 그러나 늦가을부터 엄동설한에 피는 꽃나무는 드물고 초본류라야 대개 야생화뿐이다. 일본 오사카 여행중 만나본 비파나무가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꽃이 피고 이듬해 늦봄에서 초여름에 노란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알았고 석산 농원의 식생 환경이 오사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겨울꽃을 보리라 마음먹은 지 오래되었다. 진해구의 김달진 문학관 경내에는 집채보다 훨씬 키가 큰 비파나무가 여러그루 살고 있는데 해마다 노란 비파 열매를 많이 수확하고 있고 이웃 블로거에게 부탁하여 그 씨앗을 구해 발아시켰는데 어른 허리쯤 크기로 자랐을 때 그 묘목 4그루를 석산 농원에 이식한 게 5년여 전이다. 진초록의 ..

창녕함안보

18호 태풍'차바'가 몰고 온 수증기가 낙동강 유역에서 비로 내려 창녕함안보의 강 수위를 많이 끌어올린 덕분에 보를 개방하여 흐르는 강물 소리가 우레와 같다. 보의 바로위 전망대에서는 상대방의 말소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고 보 하류부의 약 1킬로미터 떨어진 2층 전망대에서도 낙하하는 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들린다. 낙동당의 마지막 언체인 부산의 하구언까지의 거리가 91킬로미터인 창녕함안보는 고수부지에 국민편의시설이 여러 종류 시설되어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시설은 국토를 종주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다. 2차선 도로의 중앙선에는 야간주행의 편의를 위해 발광 전구가 일정 간격으로 시공되었고 지자체에서 도로변 양쪽을 깔끔하게 제초하여 가을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 자전거도로에는 단체동호인..

거미줄

18호 태풍'차바'는 영남지방의 해안가를 가까이 스쳐 지나가면서 많은 피해를 입혔고 특히 울산지역은 재난지역 선포가 예상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농원의 온실은 아무 피해가 없었으나 굵은 소나무 일부가 부러져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니 바람의 세기는 태풍 급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른 키높이의 반송주변을 둘러보다가 안 사실은 거미줄이 새벽안개에 젖어서 그 윤곽이 뚜렷하였고 아침 사냥을 위해 부지런히 거미줄을 건축하는 거미들도 분명하게 잘 보이며 몇 개의 거미줄은 솔잎이나 물기 젖은 나뭇잎이 걸린 채로 태풍의 비바람을 견뎌낸 채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거미가 떠난 빈집의 거미줄을 손으로 지긋이 당겨 보아도 끊김이 없이 상당한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큰 거미가 구축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