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태풍 '차바'

지난밤부터 재난방송의 피해방지요령이 상세히 안내되고 오늘 아침에는 제주도를 강타한 물폭탄과 바람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태풍이 남해안의 여수시를 통과할 무렵 창원시 일원에도 80밀리미터 이상의 강우량이 한꺼번에 퍼붓는 바람에 시내 간선도로는 물웅덩이로 변해 약 한 시간 동안 차 안에서 갇혀있어야만 했다. 4 차선 쪽이 물이 잠기면 수심이 더 깊은 관계로 대부분의 소형차량들은 1 차선 쪽으로 몰려들고 이미 경차 몇 대가 엔진이 꺼져 버려서 멈추는 등등 한마디로 재난현장의 한가운데서 곤욕을 치렀다. 창원의 교통방송에 따르면 낮은지대의 주요 간선도로는 차량 침수로 교통통제가 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어떠한 대응이나 안내방송은 들을 수 없었다. 창원천이 범람 위험수위까지 넘실거리고 주택가의..

가을 연못

역대 최고 급의 폭염과 열대야로 밤낮을 시달렸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주를 진앙지로 둔 지진 진동 3개가 한반도의 산과 들을 뒤흔들었으며 수백 여회의 여진으로 지진 괴담까지 나돌고 있는 마당에 이북에서는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며 핵보유국 운운하면서 온 지구인들의 공분을 사는 짓만 골라서 하는 모양을 보니 병신년은 어째 위 태위태 하면서 저물어 갈 것 같은데 어느 것 하나 마땅한 대책이 없어 속절없기 만하다. 연못의 연들은 새 봄에 뜬잎을 처음에 수면 위로 띄어 올리면 늦봄이 끝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고 선 잎이 순차적으로 똑바로 물 위에 서게 되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고 희고 붉은 연꽃이 한창이면 연못물이 펄펄 끓고 있어 한여름의 절정에 도달되었음을 의미한다. 연잎의 가장자리에 누릇누릇 갈색..

가을꽃 ㅡ꽃무릇 (상사화)

이웃 농가로부터 분양받은 꽃무릇이 활짝 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던 폭염 아래서 가물대로 가문 버석거리는 흙속에서 말라죽지 않고 버텨준 비늘줄기는 추석 뒤끝의 연이은 소낙비에 꽃대를 순식간에 올려준 것이다. 엊저녁에 꽃무릇 줄기가 무더기로 올라오고 몇 무더기는 이미 꽃이 활짝 피었다고 동업자에게 귀띔했더니 오늘 새벽에 눈뜨자마자 꽃 보러 가자고 옷부터 챙겨 입고 따라나선 동업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가는 김에 집 마당 목련의 웃자란 부정지 잡목을 싣고 가 소각하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덥혔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 타는 냄새까지 맡으니 가을이 와 있음을 알겠다. 역대 최고 급수의 지진으로 산하를 흔들었던 자연은 또한 절기에 맞추어 순서대로 꽃을 피게도 한다.

상사화 이식

15여 년 전 울산의 폐광산 조사구역에서 처음 본 분홍색 꽃이 잎도 없이 꽃대에서 활짝 피어 있었다. 광산 관계자께서도 이름을 모르고 그저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홀연히 연둣빛 꽃대를 올려 분홍색 꽃이 핀다 하시면서 몇 뿌리를 캐어 주셨다. 수년 후 전북의 선운사 뒷뜰 언덕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분홍색 꽃이 반가워 지나는 보살님께 여쭈어 그 꽃의 이름이 상사화임을 알게 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식물이다. 그동안 마당 한구석에서 개체수가 많이 불어나 어찌할 수 없어 새벽부터 농원의 연못가 쑥대밭을 뒤집어엎어 작은 화단을 만들고 그 구근들을 이식했으며 동물 분뇨 퇴비로 흙위를 덮어 주었다. 심심산골 광산지역이나 절간의 뒷뜰 비탈진 곳에서 생육하던 상사화 구근들이 동남향의 연못가 양지바른 곳에서도 잘 활착 되어 ..

모란꽃

4월 중순에서 오월 초입경에는 어김없이 모란꽃이 핀다. 새빨간 종이로 만든 조화같이 보이는 모란꽃에는 모란꽃만이 가지고 있는 알싸한 향기 때문에 벌들이 많이 달려든다. 일반적으로 향이 없는 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조그만 마당에 퍼진 모란꽃 향기가 창문을 열면 집안에서도 너끈하게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향이 강하다. 매년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차마 꽃을 꺾는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것은 이 꽃이 세상을 버리신 어머님이 남기신 꽃이라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한 오 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생각이 바뀌어서 뿌리가 번져 새 식구가 된 꽃가지에서 핀 다섯 송이를 잘라 식탁 화병에 꽂아두고 감상하니 집안이 온통 모란꽃 향기다. 오늘 밤부터 봄비가 내리면 마당의 모란꽃잎은 모두 툭툭 떨어질 것이지만 ..

야외 스케치

화 목 금요일에 공부하는 한국화교실의 야외 스케치 장소는 진해 내수면연구소의 생태공원이다. 저수지 수면가에 심겨진 거목은 가지마다 갓 새순이 돋아서 온통 연둣빛이고 평지에는 이미 벚꽃 졌으나 고도 높은 먼산에는 아직 벚꽃이 한창이고 저수지 둑 둘레길에는 유아원의 단체 소풍으로 길가 득 꼬마들이다. 스케치는 개인별 취향에 따라 먼산을 배경으로 저수지에 잠긴 거목을 스케치하거나 굴곡 많은 아름드리 거목 한개체만을 데쌍하거나 먹과 붓으로 스케치하여 바로 물감 처리하여 완성하기도 하지만 수 십여 년 내공을 쌓으신 분만 가능하고 초보 화가는 연필 데쌍만 열심이다. 세상만사가 어느 것 하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것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처음 발을 들여놓는 미지의 영역에서 남이 해 놓은 일이 쉽게 보이지는 ..

제비꽃과 봉사꽃

떠나가는 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소나무 순집기를 하던 중 쑥 더미 속에서 핀 제비꽃 무리에 시선을 뺏겨 그 앞에 엎어진 듯 주저앉아 한참 동안 놀았다. 한 두송이 흩어져서 핀 제비꽃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씨 바가지를 소복하게 한자리에 부어 놓은 듯 핀 제비꽃은 차음이다. 나무 그늘 밑에서 몇 해 동안 반복해서 피고 지면서 불어난 제비꽃 식구들 앞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위쪽에서 보기도 하고 옆에서도 보면서 앙증맞게 연출된 자줏빛 꽃들과 오랫동안 놀았다. 정반대의 진홍색 꽃나무도 지금이 한창이다. 촌에서 자란 우리집 동업자는 '봉사꽃'으로 부르는 명자나무 '흑광'이라는 품종이다. 봉사꽃이라고 불리우는 사연을 추측해 보면 진홍색 꽃의 색갈이 너무 선명하고 진해서 꽃을 들여다보면 치명적이고 고혹적인 붉..

잔디마당

농원의 전체적인 모양은 장방형 오각형이고 완만한 경사면을 가진다. 대문 쪽이 가장 낮은 면에 해당하고 제일 높은 위치에 비닐하우스가 앉아서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이므로 평지가 절대 부족하다. 대 여섯 명만 농원을 방문해도 앉아 쉴 수 있는 편평한 그늘막이 없어 비닐하우스 속에서 선풍기 신세 지기 일수다. 고민 끝에 편평한 그늘막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토종 밤나무와 돌복숭아 나무 사이에 있는 닭장의 울타리를 뜯어내고 닭장 앞의 공간을 평탄하게 만들고 나서 집 마당의 잔디를 떼어와 잔디밭을 만들었다. 평탄작업 반나절, 잔디뜨는 작업 반나절*2회, 잔디 붙이기 반나절 도합 네다섯 번의 시공(연 이틀간의 작업량에 해당) 끝에 대공사를 혼자서 마무리했다. 올여름에 잔디 생육이 좋아 잘 번져서 멋진 잔디마당이..

꽃대궐

벚꽃, 살구나무 꽃, 능수벚꽃, 명자나무, 히어리, 개나리, 이화 그리고 수선화도 만발했다. 제법 덩치 커버린 벚나무 밑을 지나면 꿀벌들이 먹이활동하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웅 ㅡㅡ하며 코라스되어 귓가를 울린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깨어나고 있고 살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도 그 밑에 놓여있는 작은 돌까지 깨어나 꿈틀거리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정도만 밭일을 하는 게으른 농부지만 10여 년을 가꾸다 보니 어느새 나무들이 꽃들이 저절로 피고 지고 어우러져 봄날이 오니 꽃대궐로 변했다. 꽃대궐을 꿈꾸며 농원을 일군 것이 아니라 놀기삼아 이럭저럭 하다 보니 10여 년이 쏜살처럼 흘렀다. 그러므로 게으른 농부의 봄날도 가고 있다.그럭저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