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꽃양귀비

농원의 대문 쪽에 만든 꽃밭에 몇 가지 꽃이 한창인데 그중에서 꽃양귀비가 제일 화사하다. 하지만 비단결 같은 꽃잎은 바람이 조금 불거나 비가 오면 힘없이 그냥 져 버린다. 관상기간도 짧고 꽃대도 가냘퍼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간혹 동정심도 느끼게 한다. 약하디 약한 꽃을 보노라면 여러가지 잡생각이 나게 만드는 그런 꽃이다. 장맛비에 금새자란 잡초 속에서 자빠진 꽃양귀비는 볕 좋은 날의 영화는 사라지고 없다.

곤충계의 무법자 사마귀의 변태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사는 사마귀 벌레는 늦은 가을에 알을 낳고 그 이듬해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알에서 부화되는 불완전 변태의 곤충이라고 한다. 주로 곤충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포식자또는 무법자로 불리며 개구리나 작은 뱀을 잡아먹기도 한다. 대개 혐오곤충으로 분류되며 특히 교미 후에 수컷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악명이 높다. 농원의 닭장 울타리안에 돌복숭 나무가 한그루가 심겨 있는데 연두색의 실 뭉텅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사마귀 새끼들이 꽁무니에 실이 달린 채로 거꾸로 매달려 몸을 말리는 장면이었다. 복숭아나무에 붙여놓은 사마귀 고치에는 두 개의 구멍이 나 있고 각각의 출구에서 약 5밀리미터의 애벌레가 나오더니 바로 다리와 날개를 펴고 있다. 약 5분여 동안 거미줄 같은 실에 매달려 몸..

접시꽃

'접시꽃 당신'이란 시로 유명해진 접시꽃이 피기 시작했다. 애잔한 시와 다르게 화사한 분홍색 꽃이 터지고 있다. 첫 번째 꽃은 수줍은 듯 외면하여 피었다.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사방으로 달렸는데 공교롭게도 처음 대면하는 꽃은 온실 쪽으로 보고 있어 꽃을 보려면 뒤로 돌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남의 집 화단에서만 보던 꽃을 농원에서 직접 보게 되니 좋다. 작년 누군가로 부터 선물 받은 꽃씨 5알을 온실 안에서 싹을 튀어 뿌리를 건사한 후 올봄에 온실앞 화단으로 이식해 주었다. 3포기가 튼실하게 자랐다.

금계국

작년 여름에 윗집 전원주택에서 얻어 심은 노란색 야생화가 농원의 이곳저곳에서 만발했다. 별도로 옯겨 심어 준 것도 아닌데 번식력이 대단한 야생화다. 길가는 물론이고 연못 주위에도 소나무 밑둥치에도 틈만 있으면 발아하였고 그리고 지금 꽃이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피고 있다. 윗집 여주인께서도 이름을 모르시고 넘겨준 야생화이지만 이 정도면 틀림없이 인기 있는 야생화 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인터넷 야생화 카페에서 검색해 보니 '금계국(Gold wave)'이라는 이름 있는 귀화한 야생화였다. 밀식하여 생육하는 특성으로 바람이 불면 꽃잎 들이 파도치듯 물결도 보여 줘 얻은 이름일 것이다. 내년 여름에는 바람 부는 날 농원에서 '금색의 물결'을 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귀나무와 박새

아로니아 약초밭 바로 옆에 자귀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밑둥치의 지름이 거의 20 센티미터나 되는 것으로 보아 수령이 꽤 되는 자귀나무인데 누군가가 베어 버려 지금은 잘린 밑둥치에서 여러 갈레의 줄기가 새로 생겨나 해마다 분홍색의 깃털 꽃이 피고 있다. 주말 아침 이른시각에 농원에 도착하여 아로니아 밭에 지하수를 살수하기 위해 분수식 스프링클러를 가동해 주었다. 약 한시간후 닭장의 토종닭을 방사해 주려 가보니 박새 무리가 자귀나무 가지를 넘나들며 샤워를 즐기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거의 한여름의 무더위에 박새들도 무척 갈증이 나 있었던 것 같다. 시원하게 박새들이 샤워하며 놀고 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소개드린다.

감꽃

단감나무의 새싹이 움트고 얼마 되지 않아 감꽃 봉오리가 되는 돌기가 감잎과 줄기 사이에 발생된다. 올해는 4월 중순쯤에 이 현상이 나타났는데 창원 동읍지역의 단감농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농업인들 말씀으로는 지난겨울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꽃이 많이 왔다'라고 하신다. 꽃이 온다는 뜻은 꽃봉오리로 자랄 수 있는 돌기가 생기고 있다는 다른 말이다. 보름정도 지나면 완연한 꽃봉오리 모습으로 자라고 다시 보름 정도 지나면 노란 막이 봉곳하게 나타나 개화 준비를 마치게 된다. 약 한달 내외의 꽃 발생과정을 마치고 사나흘 후 감꽃이 개화되는데 개화기간은 무척 짧다. 노란 막이 네 갈래로 갈라지면서 꽃잎으로 변하며 개화되자마자 꽃잎은 쇠가 녹스는 것처럼 갈변하고 만다. 유심히 지켜 보았지만 허무하게 그렇게 감꽃은 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