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방조망 설치

농원 앞 단감나무 과수원의 양지바른 곳에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 말까지 빨간 모자 빨간 조끼를 입으신 영감님 한분이 위치하고 계시는데 바로 산불 감시인이다. 올해는 감시구역이 넓어져서 오전 중에는 옆동네 인근 산에서 순찰을 도시다가 오후에 농원 쪽으로 이동해 오신다. 일흔이 훨씬 넘으셨는데도 건강관리가 완벽하셔서 붉으스레 한 안색이나 산불진화용 갈쿠리를 움쿼진 손목 하며 자그마한 키에 단단한 허벅지 하며 다부진 눈부리에 요즘도 시동이 걸리면 소주 두병 정도는 거뜬하시다고 한다. 말씀하시는 어투도 전형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데 여느 어르신들처럼 골통 보수다. 어떤 때 언뜻 언행을 보면 우리 농원에 자주 오는 고교동기보다도 더 젊게 우락부락하게 입담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다변가로서 신나게 소싯적 잡담을..

닭싸움

작년 4월에 토종닭을 입식할 때에 창녕의 엘림 농장주께서 암수 성비에 대한 주의사항 중에 서열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상기되는 사건이 닭장에서 벌어졌다. 암탉 3마리에 수탁 2마리의 성비 불균형 속에서도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는데 농원 인근의 아는 분께서 수탁 한 마리는 적당한 시기에 도태시켜야 된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하시면서 닭 잡는 것은 자기에게 맡겨주면 처리해 주시겠다고 하길래 별생각 없이 그러기로 결정하고 수탁 중에 몸집이 더 큰 강쇠를 하루 전에 온실에 격리시켜 사료를 충분히 주고 이틀 밤을 혼자 두었다. 그다음 날 온실을 열어보니 강쇠란 놈은 사료는 입도 대지 않고 '꼬끼오'만 연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놈이 제 제사날인줄 알고 실성을 하여 먹이도 먹지 않았나 보네"하면서 가만히 보니..

꼬끼오

유난스럽게 수탁 두 마리가 번갈아 '꼬끼오'를 연발하고 있다. 강쇠가 선창하면 돌쇠가 이어받다가 어떤 때는 둘이 합창을 하기도 하는데 강쇠의 울음소리는 토종닭 특유의 안정된 '꼬끼오'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울대를 가졌다고 치면 돌쇠는 아직 득음의 경지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어설픈 '꼬끼오'다. 무언가 2%가 부족한 울음소리를 가졌지만 겉모습 자태는 돌쇠가 강쇠보다 스마트하고 행동이 날렵하다. 돌쇠가 약 한달 정도 부화가 늦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이유는 수컷의 성징인 벼슬 모양이 강쇠보다 약 한 달 늦게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두 놈의 '꼬끼오' 소리를 동영상으로 담아 소개드린다.

농원의 일출

갑오년 새해 아침입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에게 올 한 해는 광야를 달리는 말 떼무리처럼 힘차게 달리는 한 해가 되시기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매년 말씀드리는 것은 건강과 재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불행과 맞짱 뜨게 되는 것 중 하나가 교통사고일 것입니다. 올해도 언제나 조심조심 운전하는 습관을 지켜봅시다. 저도 천천히 천천히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차를 몰겠습니다. 아울러 모일간지에 게재된 시 한 편을 소개드리겠습니다. < 1년 -------오은(1982~ ) 12월엔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추위가 매섭습니다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몰라보게 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났습니다 지난 1월의 결심이 까마득합니다 다시 1월 올해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

호랑가시나무꽃

농원에서 마지막 꽃인 야생 들국화의 노란 꽃이 가을비가 온 후 향기를 잃어버리고 나니 생각지도 않았던 나무에서 작디작은 하얀 꽃이 피었다. 전연 뜻밖의 개화를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코끝을 가시달린 이파리 사이로 혹시 나하고 들이밀어 보니 향긋한 향기가 코로 들어와 저절로 두 눈을 감게 만든다. 스산한 초겨울바람에 마음까지 어수선한 오후에 바짝 다가서야 맡아볼 수 있는 작은꽃 냄새에 굽힌 허리를 그대로 호랑가시나무 아래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요거! 쪼그만 것이,,, 세 그루 중 한그루는 진해 소재의 성홍사에서 산채 한 것이고 두 그루는 천선동 나무시장에서 구입한 것인데 농원에 온 지 각각 3년, 2년남짓 되었다. 세 그루 모두 하얀 꽃이 키 크기만큼 달렸다.

인마이메모리

고교동기 몇 명이 부부동반으로 격월제로 모이는 친목회의 이름이 구룡회다. 대체로 아홉명이 상시적으로 만나는데 그 수는 최대 열두어 쌍이거나 그 아래일 경우도 있었는데 보통 아홉 쌍인 경우가 많아 구룡회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40여 년 된 모임이다. 회원 중에는 벌써 두 명의 동기가 유명을 달리했고 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는 사람을 빼면 지금은 일곱 쌍이 만나기만 하면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시시덕거린다. 애들 결혼과 손주들 얘기가 주로 안주거리이고 정치 얘기는 등장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육십 중반의 나이에 걸맞게 늙어가고 있다고 서로들 잘 느끼고 있다. 잘 꾸며진 정원과 국화향이 그득한 호젓한 레스토랑에 차려진 저녁 만찬에는 와인 두병이 목이 긴 유리잔과 더불어 차려져 있고 동부인한 안주인들의..

무화과 꽃송이 결실

무화과는 꽃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봉곳하게 열매처럼 달려 있는 게 꽃송이다. 꽃이 없어 '무화과'가 아니라 단지 꽃송이까지는 달리는데 꽃이 피지 않을 뿐이다. 모종을 꽂고 나서 4 년째 겨울이면 얼어 죽었다가 새봄엔 땅속에 얼지않은 줄기에서 새싹이 나오기를 반복하다가 올봄에는 작년 줄기가 씩씩하게 살아남아 새싹이 나더니 드디어 꽃봉오리가 달렸다. 다른 동네의 무화과는 이미 수확을 마친지가 오래되었고 어저께 내년의 이식할 나무를 둘러보다가 무화과 열매(꽃봉오리)를 발견하였다.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에도 여전히 열매는 낙과되지 않고 주인이 볼 때(?)까지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미안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한참동안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작고 못생긴 무화과 열매만 바라보았다. 무화과 묘목 세포기를 정식..

가을국화

가을 이 온 것 같은데 아직 가을을 볼 수없다면 가까운 공공장소나 국화축제행사에 가 볼일이다. 가을 중턱을 훨씬 넘어선 지금쯤은 시. 도청사의 정문 언저리에는 어김없이 고운 색의 국화꽃이 환하게 우리를 반기고 있을 테니까. 아니시면 비용을 좀 들여서 축제장을 찾으시면 이 가을 끄트머리를 잡아볼 수 있을게다. 언제나처럼 누님 같은 푸근한 얼굴에 국화향을 은은하게 품고 있는 수많은 가을국화를 만나고 오신다면 본전 생각은 잊으셔도 좋을 것이다. 진한 국화향으로 힐링을 하고 싶다면 야생의 들국화가 제격이다. 알싸한 국화향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때늦은 벌떼들이 눈앞마다 국화꽃 위를 앵앵거려 더욱 혼란스럽다. 해마다 이맘때면 국화향을 맡으며 농원에서 피는 올해의 마지막 꽃과 어울려 한참 동..

제12회 창원 단감축제

유난히 더웠고 더군다나 가뭄까지 계속되는 바람에 단감 농업인 여러분께서 겪으신 노고는 말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가을태풍이 곱게 지나치는 바람에 대체로 단감 풍년이다. 오늘부터 이틀간 동읍 주민들의 풍년을 축하하는 단감축제가 동읍 운동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동업자와 둘이서 농원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눈 구경을 하였는데 작년보다는 운동장의 시설도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전시부스와 단감 파생 상품의 숫자도 많이 는 것 같다. 농기구 전시부스에는 연노하신 단감 생산농가에서 솔깃할 전동 전정가위와 전동 체인톱에 눈길이 가고 있지만 다소 가격이 높은 것이 흠이다. 필자는 이번에 단감 죽을 처음 맛보았는데 달콤한 단감 수프에 빠져있는 찹쌀 옹심이를 씹는 즐거움은 이번 축제의 백미였다. 단감을 가공한 2차 상..

나비와 방아(곽향)꽃

추분 절기에도 한낮 열기는 여전히 따갑다. 온실 옆에서 여름 내내 진한 향기로 필자를 설레게 하던 방아 이파리 내음도 아침저녁 찬 공기에 점점 가벼워진다. 어디선가 해적선 돛대 문양을 가진 검은색 큰나비가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 날갯짓이 바쁘게 방아꽃에 매달린다. 땡볕 열기에 놓쳐버린 청춘의 열정을 보상받으려는 듯 날갯짓 요란스럽게 방아꽃에 몰입 중이다. 방아꽃 위의 비단 거미는 명주실처럼 탄탄한 거미줄 위에서 자세를 잡고 먹이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