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상사화

꽃과 잎이 같이 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연인이 만나지 못하는 관계로 상사병을 앓는 것에 비유하여 "상사화"라고 불리는 식물 2 개체가 있다. 그중 하나는 분홍꽃이 피면서 절집의 언덕 양지바른 곳이나 담장 아래에 곧잘 볼 수 있는 꽃으로 늦은 봄이면 난초 잎과 닮은 잎이 자라다가 한여름이 되기 전에 노랗게 잎이 말라버린 후에 팔월 말이나 구월 초순이면 홀연히 분홍색 꽃대를 올려 진달래 꽃 색깔의 화사한 꽃이 핀다. 다른 하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꽃무릇"이라 불리는 상사화 인데 생육은 전자의 상사화보다는 달포 정도 빠른 시기에 잎과 꽃이 피는데 꽃은 훨씬 더 화사하고 붉다. 전자가 연인을 잊지 못해 가슴앓이를 시골 아가씨라면 후자는 가무가 출중한 어린 예기(藝妓)가 떠나간 젊은 양반 나으리를 잊지 못..

모란씨앗 결실

오늘이 말복이고 다음 주 금요일이 처서이다. 동의보감의 "천지 운기 문 오행 성쇄도"에 의하면 지금의 절기는 기온이 점점 하강하는 기간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며 피부로 느끼는 날씨는 뜨겁지만 대기의 온도는 내려가기 때문에 더위가 식기 시작한다. 대기의 온도가 내려가도 땅의 온도는 여전히 양의 기운이 머물고 있으나 식물은 절기가 바뀌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결실을 준비하거나 이미 씨앗 만들기를 완성한 것도 있다. 마당의 모란은 타는 듯 내리 쬐는 햇볕에 씨앗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별 모양의 씨앗 꼬투리가 벌어지면 씨앗의 색은 처음 연두색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까맣게 색이 변하면서 단단하게 굳어진다. '까만 보석'이 되는 것이다. 채종 된 씨앗 일부는 제자리에 묻어서 내년이나 후 내년의 발아를 기다려보..

무궁화꽃

8여 년 전 나무의 삽목에 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을 때 처음 시도한 나무가 무궁화와 보리수나무이다. 보리똥은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드렸듯이 그 열매로 발효즙이나 술로 애용하고 있으나 무궁화 꽃에 대한 글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무궁화에 대한 주요한 오해는 '진딧물이 많이 붙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나 전연 그렇지 않다. 수년간 무궁화를 관리해 보았지만 진딧물은 한 번도 관찰되지 않고 싱싱하게 잘 자라는 나무이고 삽목 또한 매우 쉽다. 이른 봄에 1년 된 가지를 10~15 cm 정도로 잘라서 물이 잘 빠지는 흙에 꽂아두면 여름 장마기간 중에 많은 뿌리가 내리고 이 맘쯤이면 흰꽃이나 분홍색 꽃이 활짝 피게 된다. 우리 농원의 울타리는 흰꽃이 피는 무궁화로 울타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좋..

애기 밤송이

유월 중순에 하얀 깃털처럼 생긴 밤꽃이 피고 바람 한번 몹시 불더니 어느새 작은 밤송이가 맺혀 있다. 작년 여름 태풍에는 꼭대기 굵은 가지가 꺾여 부러져 자연적인 강전정이 이루어지고 남은 가지의 수세가 강해지는 효과가 생기는 바람에 잎의 크기도 훨씬 커지고 수도 많아졌다. 게다가 건계분 퇴비 세포대 터트려 나무 밑에 던져 주었더니 밤나무 잎새가 닭장 울타리 안까지 축 늘어져 토종닭들이 연둣빛이 뚝뚝 떨어지는 밤나무 새잎을 수시로 쪼아 먹기도 한다. 밤나무 가지가 부러지기 전에는 밤송이가 높은 가지에 맺혀 밤송이의 존재를 미쳐 인식하지 못하다가 낮은 가지에 맺힌 애기 밤송이를 보니 새삼 그 존재가 새롭기까지 한 것은 웬일일까? 한들거리는 밤나무 가지에서 밤송이 속의 밤톨의 무게가 느껴진다.

초란 한개

오늘 아침 닭 장안에는 예상한 바와 같이 바구니에 초란 한 개가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다. 암탁 4 마리중 알을 낳지 않았던 나머지 한마리가 낳은 것이다. 알의 크기와 알 낳은 바구니도 같다. 여전히 수탁 2 마리와 암탁 4 마리는 바구니의 알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건강하게 야단스럽게 노닐고 있다. 가뭄에 한줄기 소낙비가 시원스럽게 내리니 닭들이 놀라서 닭장을 향하여 뛴다. 이제는 본능적으로 제집인 줄 알 정도로 성숙하였다. 어미 아비가 되었다. 다.

초란

농원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는 다르게 강쇠와 돌쇠의 꼬끼오 이중창 소리가 농원 입구까지 낭랑하게 들린다. 덩달아 암탁 네마리도 떠들썩하니 야단스럽게 꿱꿱거린다. 닭장 문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우르르 달려 나오길래 직감적으로 닭장안 2층 칸의 바구니를 보니 누르스름한 게 얼핏 보인다. 확인해 보니 달걀 바구니에 초란 3개가 예쁘게(?) 자리잡고 있다. 온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알을 낳은 지 수 시간 전으로 보인다. 어제저녁에서 오늘 아침 사이에 알을 낳은 것이다. 다른 바구니에는 암탁들이 들어앉은 흔적이 없다. 4 마리중 3 마리의 암탁이 알을 순차적으로 한 바구니에서 알을 낳은 것 같다. 알의 크기는 매우 작다. 우리맛닭의 농진청 자료에는 포란을 잘하는 개량종 토종닭이라고 했는데 포란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

토종닭의 생육상태

5 주령의 중병아리를 7 마리를 구입하고 닭장 안의 암수의 성비가 맞지 않아 소답장에서 암평아리 8 마리를 추가 구입하여 잘 키우다가 농원 인근의 이웃 개 3 마리로부터 닭장 습격을 받아 격리하여 키우던 '소답장 병아리'가 몰사당하는 참사가 있었다. 농원 습격에 놀랐는지 기존의 암평아리 한 마리도 시름시름 일주일 동안 사료를 먹지 않더니 그놈마저 땅에 묻혀 버렸다. 닭장 울타리를 튼튼하고 빈틈없이 만들지 못한 주인 때문에 애꿎은 중병아리들의 희생이 컸다. 중병아리 추입을 포기하고 현 상태로 달걀을 얻어 보기로 작정한 후 약 한 달이 지났다. 사료는 중병아리용에서 산란용 사료로 바꾼 지 약 보름 정도됐다. 수탁 두 마리도 '꼬끼오' 소리가 제법이지만 조금은 어설프다. 수탁 중 생육상태가 좋아 몸집이 큰 강..

농막 페인트 작업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내일모레는 장마전선이 남부로 내려와서 더위를 조금 식혀줄 모양이다. 중부 이북 지방은 폭우로 이남 지방은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 주로 매실이 많이 심겨 있는 과수원에는 농막 한 채가 지어져 있는데 지은 지 오 년이 지나니까 녹이 슬기 시작한다. 페인트칠을 할 재료를 사놓은 지 일 년이 지나도록 차일피일하다가 뜬금없이 별안간에 페인트칠을 해보고 싶어 새벽부터 과수원으로 나섰는데 폭염의 날씨에 개고생(?)하고 왔다. 이른 아침에는 제법 일하기가 수월하였다. 풀밭에 이슬도 축축하고 바람까지 산들거려 처음 칠해보는 유성 페인트 작업이 재미있기도 하였고 작업진도도 좋았으나 정오가 다 되어갈 즈음에는 어깻죽지가 아파오고 연신 얼음물을 마셔보지만 폭염의 날씨는 결..

수세미꽃

닭장 울타리 밑에 달포 전 수세미 세 송이를 심었다. 토종닭들이 중병아리가 되더니 거침없이 날기 시작하여 1.5미터 높이의 닭장 망 울타리를 금방 날아 넘을 것 같아 겸사겸사 탈출 방지용으로 심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지능이 낮다고 알려진 닭의 눈을 착시효과로 속여 보자는 얄팍한 수를 부려 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잎이 무성한 수세미쪽으로는 날아오르지 않는다. 머리 나쁜 토종닭들과 수 싸움을 하는 동안 수세미는 노란 꽃이 피고 어린아이 팔뚝만 한 수세미까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