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토종닭 포란 모습

약 2주 전부터 유정란 수확을 중지하고 그대로 두었더니 암탁 네 마리중 한 마리가 포란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토종닭들에 대한 사료 급식량도 줄이고 가능한 한 스트레스도 없이 열흘 정도를 두고 보아도 포란 기미가 없더니 드디어 포란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오후 한나절은 닭장 근처에서 가면서 보고 오면서 보고를 반복했다. 사진 찍기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암탁은 그자세로 그대로 꿈쩍 않고 버티고 있다. 알 한개는 버려둔 채로,,,,

매화꽃

창원지역의 올겨울은 가문 겨울로 끝났다. 눈다운 눈도 없이 그렇다고 겨울비라도 많이 뿌렸으면 좋으련만 봄기운에 밀려 멀거니 쫓겨나 버렸다. 노루꼬리만큼 짧은 봄이라도 좋다. 먼지 폴폴 날리는 들녘을 봄비로 푹 적셔줬으면 좋겠다. 홍매는 폭설이 내린 뒤끝에 꽃이 피면 한 폭의 동양화가 되는데 어저께 어설프게 내린 봄비에 화답하느라고 꽃망울을 터트리기 바쁘다. 다섯 그루의 설중매가 차례대로 봄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봄처녀 제 오시라고,,,

봄소식-3

약초밭을 비롯하여 농원의 곳곳에서 잡초 새싹이 파릇하다. 어제 봄비가 내리자마자 봄기운이 더욱 무르익어 가고 있다. 보리수나무 아래와 온실 옆구리에 심어둔 꽃무릇 새순도 제법 촉이 길게 솓아나 솔잎처럼 땅 위에 눕기 시작했다.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은 자취를 감췄고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농어민들의 모터보트 소음만 요란한데 저수지 곳곳에서 투망 그물질이 한창이시다. 정작 들과 산에는 봄기운이 가득한데 몸과 마음은 아직까지도 으스스한 것이 신체리듬은 더디게 겨울이 깨고 있나 보다.

봄소식-2

우수 절기가 내일이다. 이때에는 대동강 얼음도 녹기 시작한다고 하니 봄이 코앞에 와있다는 얘기인데 우리 집 양지바른 담벼락에는 상사화 잎이 흙을 뚫고 솟아오르고 있다. 수년째 이맘즈음에는 어김없이 선명한 녹색의 이파리를 볼 수 있고 또 봄기운을 제일 먼저 느끼게 하는 고마운 봄 전령사이다. 올해도 잎이 지고 난 뒤 한참 후에 꽃대가 홀연히 피어날 것이다. 분홍색 상사화가 보고 싶다.

봄소식

입춘도 지나고 우수 절기가 저만치 와있다. 동해안의 폭설피해에 외진 마을들이 고립되고 이곳 남녘의 빛나는 땅 '창원'에는 검은 구름 드리우고 차가운 눈바람이 쌀쌀맞다. 농원의 약초밭 이랑에는 벌써 잡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매화 꽃망울이 부풀어 올라 탱탱해졌다. 분홍색 설중매 꽃망울이 봄소식을 알리느라고 농원의 구석구석에서 바쁘게 열리고 있다

퇴비 갈무리

농원 길 맞은편 감나무밭주인께서 올봄 단감나무에 뿌려줄 우분 등겨 퇴비의 발효를 위한 갈무리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예년과는 다르게 대형 굴삭기를 동원하셨다. 아직 발효가 덜 진행되어서 그냄새가 고약하지만 멀리서 보면 겨울 날씨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것이 얼핏 떡방안간의 시루떡 찌는 장면이 연상된다. 감나무밭의 주인께서는 입이 두귀에 걸려서 신이 나 계시는데 퇴비 갈무리와 단감 전지작업만 끝내 놓으면 올 농사 풍년농사는 문제없다는 표정이시다. 모든 일은 시작이 반이다.

남해 동백꽃

한 뼘 애기동백나무가 반송 아래에 옹기종기 두 무더기가 모여서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긴 가뭄에 이파리는 비틀어지고 거뭇거뭇해져서 새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보물섬 남해 물건리 독일마을 인근의 가로수는 온통 동백나무다. 홑겹의 붉은 동백꽃은 수를 셀 수 없이 많이 달려 건강한 푸른색의 이파리와 한껏 어우러져서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남녘의 봄을 꾸미고 있었다. 삼 년 전 남해 여행길에서 주운 씨앗을 언덕 소나무 밑에 줄 골을 파고 두 군데 나누어 묻었는데 지난봄에 싹이 튼 줄도 모르고 있다가 올해 소나무 가지 전정을 하면서 발견된 애기 동백나무다. 지금쯤 남해섬에는 동백꽃이 허들 어지게 피고 있을 텐데,,,

우편함

길가에 버려진 우편함을 가져와 빨간 페인트칠을 하고 마르기를 기다려 농원 입구의 보안등 전봇대에 매달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세상은 안부 편지는 물론이고 세금계산서, 사진, 설계도까지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첨단 정보기술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에 우편함의 존재는 점점 잊혀 가고 있는데 농촌은 아직도 그 기능을 하고 있다. 처갓댁 담벼락 밑에 버려진 녹슨 우체함은 원래 제가 달렸던 곳에 붙여진 예쁜 나무 우편함에게 밀려 버림을 받았지만 아직 더 일을 할 수 있다는 양 윗뚜껑 아래 아가리를 벌려 속을 보여 주고 있는데 껍데기 모서리만 칠이 벗겨져 녹이 벌겋게 슬었을 뿐 속은 말짱한 편이었다. 그래서 바로 차에 실렸고 빨간색 새옷을 입고 농원 입구에 다시 매달려 "편지"를 기다릴 수 있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