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태복산 아침등산

동네 인근에서 시작되는 약 1.2km의 유명 등산코스가 있다. 새해맞이 일출행사에는 동네 아침 등산 단골들께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새해 떡국을 끓여 태복산 정상에 모인 일출객들을 대접하는 등 제법 규모가 있는 행사를 매년 벌이고 있으나 필자 부부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아침 등산을 즐기는 코스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창원시 외곽의 광역 도로공사로 인해 등산로가 잘리는 바람에 주위 경관이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태복산을 오르시는 새벽 등산객들이 여전하고 소나무숲으로 울창한 등산코스는 녹음이 짙어 어떤 곳은 어둑어둑 어둡기까지 하다. 아침 6시쯤 부부동반 아침등산을 나섰으나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얼마 걷지 않았음에도 동업자는 길목마다 차려진 벤치 신세다. 그럭저럭 쉬엄쉬엄 산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관광버스에서 ..

말발굽돌이 꽃

가는 봄날이 아쉬워 이른 새벽에 농원의 아침을 보러 나섰다. 동업자와 동행하는 주남저수지의 아침은 언제나 마음이 설레면서 싱그럽다. 이미 동이 터 푸른 하늘아래 작은 언덕에 자리 잡은 농원은 꽃양귀비와 금계국이 한창이고 연못 옆에 심긴 장미 찔레꽃과 함께 민말발굽돌이가 화창하게 꽃이 피었다. 분홍색 꽃을 반기며 동업자는 내달아 갔지만 꽃향기를 맡아보고는 이내 실망한 듯 뒤돌아선다. 향기를 품지 않는 꽃나무다. 하지만 해를 더하여 몸집이 커가는 민말발굽돌이의 억척같은 식생력은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많은 꽃망울을 자랑스럽게 터트리고 있어 가는 봄날이 조금도 아쉽지 않은 것 같다. 꽃향기가 없으면 어떠랴. 그저 매일같이 새봄이듯 분홍색 꽃을 볼 수만 있다면,,,

멀구슬나무 꽃

농원에서 삽목 한 멀구슬나무 중에 다소 생식환 경이 좋지 못한 곳에 이식된 나무가 꽃이 피었다. 오 년째 삽목과 이식을 반복해 보았지만 유독 이 나무만 꽃이 핀 사유가 궁금하기만 하다. 모든 생물체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충격이 가해지면 종족보존의 본능이 작동되어서 식물체는 꽃이 피고 씨앗을 남기게 된다는 정도만 알고 있으나 꽃이 핀 멀구슬나무가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처음 보는 꽃모양과 색이 라일락과 비슷하고 꽃향기까지 흡사하여 꽃나무로써 멀구슬나무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인연

3월 초순에 조경용 소나무를 적정 간격으로 넓혀 심고 난 후 봄비가 주기적으로 내려서 이식한 나무들에게는 생명수 같은 단비가 되었다. 농원의 토질이 배수가 잘되는 황토밭이라서 나무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며 지금이 새순 올리기의 절정이고 오월말이면 새순 집기를 해 주어야 한다. 어른 허리 높이로 자란 금강 반송과 농원 인근에서 실생 번식한 애기 소나무를 옮겨 키운 적송 중에서 함안 사도리에서 옮겨온 반송이 제일 크고 우람차게 가지를 벌려 주인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이 소나무는 게으른 농부가 약 천여 그루의 묘목 반송을 구입해서 5년 남짓 키우다가 토지가 산업단지로 수용되는 바람에 서울의 조경수 업체에 전부 헐값에 넘겨 버렸으나 이 소나무 한그루만 아쉬운 마음에 집 마당에 임시로 옮겼다가 농원 조성후 다시 이..

모란과 벌

사나흘 간 이어진 봄비가 모란꽃 잔치를 버려 놓았다. 다행히 빗줄기는 굵지 않아 비를 함빡 머금은 채 벌어지지도 못한 꽃봉오리를 잎새에 힘들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 여간 안쓰럽지 않다. 그래도 모란향기는 아낌없이 풍겨 대문을 드나들 제면 정신이 아득할 정도이니 모란꽃은 제 할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다. 비가 조금만 주춤하고 볕이 들기만 하면 모란꽃은 이 때라 싶게 고개를 쳐 들고서 비단보다 얇은 꽃잎을 하늘거리거나 제 몫을 다한 꽃잎을 떨구거나 한다. 벌 몇마리가 금세 앵앵거린다.

모란

올해도 어김없이 모란꽃이 피기 시작한다. 삼월 초순부터 모란이 새싹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모란꽃 화분을 선물 주신 이미 세상을 버리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듯 반가웠고 달포만에 그 모란이 밤톨만 한 꽃봉오리를 터트려 피기 시작한다. 김영랑 시인께서 읇조렸듯이 모란이 필 때까지 한없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렸으나 이제 모란 꽃잎이 봄바람에 흩어져 버리면 칠순을 바라보는 내 한해도 가고 말 것이지만 그 짧은 사이 모란꽃을 아침저녁으로 어머님 보듯이 볼 수 있어 기쁘다.

천태산의 봄

서른 안팎의 직장생활 중 삼랑진역은 이제 추억의 그림이 되었음을 지난 주말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양수 발전소가 채려진 천태산 기슭의 꼬부랑길을 초행 길로 찾아가는데 아주 익숙한 작은 언덕의 모퉁이에서 한겨울의 장터 포장마차의 어묵이 담긴 양재기와 소줏병이 데자뷔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게 아닌가? 완행열차와 비포장의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출장 귀갓길에 삼랑진 역 앞에서 언손을 녹이며 선술을 마시던 장면인 것이다. 한참이나 지난 젊은 시절 한컷의 장면이지만 정말 뜻밖의 추억에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며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잔물결처럼 스르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양수발전소의 하부 저류지는 중규모의 농업용 저수지 크기이나 국가 기간시설물 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철망으로 빈틈없이 에워싸여 있..

봄감기

열흘 만에 찾아본 농원은 봄 꽃나무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벚꽃 두 그루가 분홍꽃이 만발하고 온실 주위에 심긴 노란 개나리꽃이 온실 지붕의 높이를 위협하듯 노란 꽃기둥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속에 보물처럼 숨겨진 '흑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자나무가 억센 가시를 검붉은 꽃 속에 감춘 채 봄을 뽐내고 있다. 몇 주 전 꽃샘추위 속에 옮겨 심은 소나무들은 사흘간 내린 봄비를 맞아 초록빛이 더욱 풋풋하고 초본류는 할미꽃 꽃잔디 수선화가 꽃대를 올렸고 올해 처음 꽃을 피운 수양 벚꽃도 드문드문하지만 예쁘게 꽃이 피어서 동행해 준 동업자를 기쁘게 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농원의 조경수들은 맷집이 튼실해지고 있으나 게으른 농부는 작년부터 갑자기 면역력이 떨어져 해마다 감기몸살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

입춘대길

오늘은 한해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다. 동지 절기가 음기의 절정이라면 하지는 양기가 가장 센 절기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기운이 그러할지라도 대지(땅)는 한 박자가 늦어지므로 입춘 절기가 되면 대지도 양의 기운이 무르익게 되어 초목들은 기지개를 켜고 대지의 물을 빨아올려 새잎과 꽃을 필 준비를 하게 되며 사람들도 우주의 양기를 받아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힘이 불끈불끈 생기게 되는 것이리라. '입춘대길''건양다경'이라고 쓴 입춘첩을 현관문에 붙이고 새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건강한 한 해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