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모란꽃

대문을 들어서니 알싸한 모란 향 마당에 가득하다. 자줏빛 꽃잎에 짙은 꽃향기는 매년 봄이 무르익을 이때쯤 단골 봄 손님임에도 청하지도 않은 손님처럼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이번 봄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내를 안고 찾아 올까하고 새촉이 움트기 시작하는 삼월 초부터 대문을 드나들 때마다 상상하던 즐거움도 끝나고 이 꽃들이 지고 나면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하며 보내주어야 한다. 내년에는 제발 낯설게 하지 말고 언제나 반가운 마음이 들게 찾아와 주오! 세상을 버리신 어머니께서 애지중지 키우시다가 복을 가져다주는 꽃이라고 마당에 심어주신 꽃나무가 이 모란꽃이다.

싸리조팝나무 개화

개나리, 벚꽃이 지고 나면 싸라기를 뿌려 놓은 듯 작고 하얀 꽃이 연못가 그리고 언덕 비탈에 곱게 핀다. 싸리 조팝의 번식은 삽목이나 휘묻이가 가능한데 농원에 심겨진 놈들은 청도 과수원에서 자생하고 있는 덤불에서 삽목 하여 번식한 모종을 정식한 것이다. 별 뚜렷한 향내는 없지만 하얀색 꽃빛이 궁색한 겨울 뒤태를 화사하게 비쳐줘 언제나 마음을 밝게 해준다.

창원병원앞 풍경

봄바람이 밉다. 벚꽃 이파리가 겨울 삭풍 낙엽처럼 아스팔트 위를 나뒹구니 바람흔적 꽃바람이 된다. 왕벚꽃인들 어쩌랴. 홀딱 벗은 몸으로 봄바람에 희롱 당하니 지조마저 없다. 창문 없는 중환자실 하얀 벽 구석에는 기저귀를 찬 어머니가 눈보라처럼 나뒹구는 꽃바람이 안타깝다고 어린애가 되어 눈물짓는다. 흘러 보낸 세월이 덧 없으시다고. 속곳마저 뺏긴 채 어지럽게 나뒹구는 네 꼴이 내 신세 같다고. 그리고 가엽다고. 봄바람이 미운 까닭이다.

평생교육원

전국의 국공사립대학교에는 평생교육원이 설립되어 대학소재지의 지역주민에게 어학연수, 취미 예술, 스포츠 예능분야 등을 교육하고 있고 특별과정에는 민간자격증 과정과 전문경영인 재교육과 창업과정이 개설되어 있어 뒤늦게 전문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만학도들의 문제를 이 곳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필자는 작년 후반기에 우연한 기회로 내손으로 향토집짓기 과정에 등록하여 유용한 지식과 여러 부류의 많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고 과정수료 후에는 무슨 무슨 회를 조직하여 여가생활을 같이 즐기고 있다. 서예반에 등록하신 어떤 분은 "ㅇㅇ 필우회"라는 서예전문 친목동호회와 카페가 이미 결성되어 정기작품전과 야유회 등의 활동에 열심이시다. 올해 전반기에는 욕심을 더 내어 중국어과정,서예과정, 웰빙 전통주 제조과정에 등록하였는..

고사리 새순

15여 년 전 제주도 근무기간 동안 회사 사택의 직원 아낙네들께서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단체로 고사리 순을 채집하러 오름으로 산행길을 나선다. 제주도 일원의 360여개의 높고 낮은 오름에는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있다. 육지처럼 심심산골이 아니라 집 뒷산만 올라도 한가족 나물거리는 며칠만 수고하면 거뜬할 정도로 많다. 문제는 고사리순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곳을 찾는 방법과 고사리 꺾는 요령은 알아야 하는데 제주도에 전입 순서로 유능해지고 전입 선배 직원이 후임한테 대물림으로 그 요령이 전수되고 살림꾼 아낙네들은 봄이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고사리를 채집하여 친정집으로 시댁으로 선물하는 경우도 흔하게 보았다. 농원의 비파나무아래 고사리 뿌리를 작년에 묻어 놓았는데 파랗게 새순이 올라오고 있고 어떤 것은 잎까지 활..

봄비의 힘

봄비의 위력은 대단하다. 창원지방의 오늘 날씨는 초여름 날씨 수준이라서 그런지 온 농원이 봄기운에 흠뻑 빠져있다. 탱탱 부푼 벚꽃 꽃망울은 만개되었고 비탈에 심긴 또 한그루의 명자꽃은 뒤늦게 만발이다. 검붉은 꽃잎에 노란 수술들이 대비되어 더욱 농염하다. 히어리의 노란꽃차례는 이제 색깔이 퇴색되어 끝물이고 개나리의 노란빛 봄은 봄바람의 훈풍에 기고만장하게 흔들거리고 있다. 내일은 전국이 또 봄비 소식이고 경남 일원은 40 밀리미터 내외로서 엊그제 강우량에는 못 미치지만 봄 농사를 준비하시는 농업인 여러분께는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봄비의 힘이 대지를 깨우고 있다.

개나리와 명자꽃

보슬비가 내리는 저수지 언덕 농원에는 봄꽃이 한창이다. 연꽃화분 분갈이를 위해 온실 안에서 작업 중 유난히 노란색이 눈에 밟히는 바람에 안에만 있을 수 없다. 저수지도 내려다 보고 정오쯤에 어김없이 '꼬끼오'하는 토종닭 우리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노란색 개나리 속에 빨간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꽃도 눈에 띈다. 어제만 해도 한껏 부푼 꽃망울에 불과하던 명자꽃이 보슬비를 맞으며 활짝 피고 있는 것이다. 빨간 꽃 속에 샛노란 개나리도 황홀하고 개나리 무더기 속에 한그루 명자꽃도 여간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봄비 내리는 소나무밭 속의 농원은 지금 봄기운이 가득하다. 샛노란 봄, 새빨간 봄이 봄비를 맞으면서 사뿐사뿐 춤춘다.

매미의 추억

봄철이면 크던 작던 봄비 예보가 있기만 하면 '뭐 삽목 할 것 없나'하고 집에서부터 농원까지 이나무 저나 무를 둘러보는 게 몸에 배어 버렸다. 특별히 삽목이 어려운 나무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나무는 삽목 번식이 가능하다. 집의 담벼락에 심겨진 속칭 '만리향'으로 알려진 금목서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데 매번 삽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어제 아침도 습관처럼 부드러운 삽목소재용 작년 가지를 찾다가 이파리 뒤에 붙어 있는 누르스레한 벌레 흔적이 붙어있기에 들여다보니 매미 허물이 아닌가?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겨울 뒤끝에 매미 껍데기를 들여다보니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지만 생뚱맞게 등장한 매미 허물은 곧 지나 간 여름들의 합창 소리로 변형되어 허물의 터진 등껍질 틈을 빠져나와 내 두 ..

담장위의 봄

백목련이 만개되었다. 들녘에는 아직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한창이지만 시내는 온실효과로 양지바른 동남쪽 담장에 있는 꽃나무들은 때마 추어 봄기운이 한창이다. 매년 이맘즈음이면 만개되는 주택 담장가의 하얀 목련꽃이 어김없이 활짝 피었건만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하얀 잎들이 빗방울을 맞아 벌겋게 녹슬게 생겼다. 오늘 밤부터 전국적으로 고마운 봄비가 또 내려준단다. `그까짖 목련 꽃구경이야 하루면 충분하지 뭐,,,` 봄비가 또 온다는데----

봄비

연 이틀에 걸쳐 비다운 봄비가 내렸다. 고맙게도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세게 내리고 낮에는 보슬비처럼 봄처녀의 고운 숨결처럼 보드랍게 내리는 봄비였다. 시내 가로수는 물론 주남저수지가에 자생하는 나무들도 녹색빛이 완연하고 농원에 심긴 나무들도 깨끗하게 겨우내 찌든 때를 벗었다. 그리고 비탈에 만든 연못 세군데에는 누런 황톳물이 가득하다. 봄비가 주신 선물이다. 연못물이 가득해 지면 마음이 언제나 푸근해진다. 이제부터 아산 백연을 비롯하여 모든 수생식물들도 동면을 깨고 있을 것이다. 때맞춰 내린 봄비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