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들어서니 알싸한 모란 향 마당에 가득하다. 자줏빛 꽃잎에 짙은 꽃향기는 매년 봄이 무르익을 이때쯤 단골 봄 손님임에도 청하지도 않은 손님처럼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이번 봄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내를 안고 찾아 올까하고 새촉이 움트기 시작하는 삼월 초부터 대문을 드나들 때마다 상상하던 즐거움도 끝나고 이 꽃들이 지고 나면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하며 보내주어야 한다. 내년에는 제발 낯설게 하지 말고 언제나 반가운 마음이 들게 찾아와 주오! 세상을 버리신 어머니께서 애지중지 키우시다가 복을 가져다주는 꽃이라고 마당에 심어주신 꽃나무가 이 모란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