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봄꽃

해마다 봄이면 농원을 찾아주는 봄꽃을 먼저 피는 순서로 꼽아보면 홍매화가 제일 빨리 찾아오고 그 뒤로 청매화, 명자꽃, 버찌 꽃, 개나리, 개살구, 히어리, 수선화, 살구꽃이 핀 다음에 벚꽃이 화창하게 필 즈음에야 봄 시절의 절정을 맛보게 된다. 오전 11시에 농원에 도착해서 연못위 언덕에 어지럽게 핀 노란 개나리꽃의 전지해 주었고 온실 앞마당에 뿌리내린 능소화 덩굴, 잔챙이 잡목 소나무, 싸리 이팝, 잔대 나무 등을 과감하게 솎아내는 작업을 끝내고 나니 대청소를 한 것 같이 깨끗해졌다.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 때문에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다 무너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의 두 달 동안 외출 없이 집 아니면 농원으로만 출근했더니 미루고 밀렸던 잡다한 농사일을 처리하는 소득도 얻..

경칩후 열흘

개구리가 땅속에서 동면을 끝내고 뛰쳐나온다는 경칩이 지난 지 열흘째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절기는 닷새 후다. 지상파와 종편방송 화면에는 온통 코로나19 뉴스특보를 집중 보도하고 있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스포츠 중계, 음악 예능 방송 등등은 무관중 또는 무관객 방송으로 버티거나 끝내는 스페셜 편집 재방송으로 화면을 대체하고 있다. 사회적 격리로 감염병의 창궐을 막아보자는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방편일 것이고 게으른 농부도 자기 격리를 지켜보자고 일상을 개인 농사나 집안 정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서예 문인화 전각을 연습하는 방 청소에서 생긴 습작쓰레기을 소각하기도 하고 온실 안에서 월동 중인 꽃연 화분을 덮었던 비닐을 벗겨주는 일등 잡일을 쉼 없이 하고 있다. 이미..

석류묘목 이식

온실에서 4년간 키운 석류 묘목을 농원 입구의 빈터에 8그루를 옮겨 심었다. 이 묘목들은 벚꽃나무 밑에 심겨 있던 한그루의 석류나무가 벚꽃나무의 세력이 왕성해짐에 따라 그늘 속에서 다 죽어가는 가는 것을 보다 못해 반송 고랑 쪽으로 옮겨주면서 생긴 전지 가지들을 모아 온실 속에 비닐멀칭 한 후 삽목 하여 생산된 어린나무 들이다. 묘목은 전부 발근 상태가 매우 좋아서 활착률도 좋을 것 같다. 이식작업과 병행해서 제주산 문주란 꽃밭도 완성했다. 제주에서는 아무런 보온장치가 없어도 노지 꽃밭에서 월동이 가능하지만 창원지역에서는 여러 차례 연습해 보았지만 번번이 월동에 실패하다가 재작년과 작년 겨울 2차례에 걸쳐 성공했기 때문에 어엿한 꽃밭이 필요하고 벽돌로 경계석을 만들어 주는 꽃밭 작업을 마쳤다. 올여름부터..

청매화 만발

봄비가 내린 후 아침 날씨는 찌푸려 있고 사람 모이는 곳은 가능한 한 피해보자는 심산으로 피난처인 농원으로 가서 잡일을 했으나 일이 손에 잡힐 리 없고 그냥 둘러보고 왔단말이 맞겠다. 이리저리 눈 줄 곳이 없다가 우연히 마주 친 벚나무 아래의 청매 한그루가 하얀 꽃이 만발한 채 외롭게 숨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홍매는 화사한 분홍꽃이 피어 눈에 잘 띄지만 청매는 꽃이 핀 줄 모르게 있다가 발아래 떨어진 노란 매실을 보고서야 매화꽃마다 꿀벌도 왔다 갔구나 생각하곤 했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농원을 자주 찾다 보니 관상수로 심겨진 3그루의 청매 꽃을 챙겨 볼 수 있구나 싶다.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들의 모든 활동이 위축되었고 국가 간의 교역도 제한되는 등 소위 '코로나 쇼크'는 이웃국가 중국과 일본의 남의 동네..

우수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는 눈이 녹아 물이 흐르면서 산천초목에 움이 트는 생기가 흘러 싹이 트고 꽃이 피는 봄이 곧 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어제까지 코로나19(COVID-19)는 대구시에서 처음 환자 1명이 확진자로 진단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밤 9시 뉴스를 보고 이제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닥치는 시련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생각으로 아침부터 농원을 찾았다. 열흘 전에 몇개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한 4그루의 홍매는 꿀벌들이 몰려와 붕붕거리며 매화꽃 속으로 파고들고 아련하기만 했던 매화향은 완연한 향기가 되어 멀리서도 매화꽃이 활짝 폈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씨앗 발아한 어린 비파나무는 아침 햇볕을 받고 서서 산뜻하다. 의령 밭에 삽목 할 ..

입춘후 7일

신종 감염병이 20여 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였고 원인제공자인 중국에서는 확진자가 37,000여 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는 어제까지 811명으로 집계되어 메르스 또는 사스의 피해를 넘어 버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지라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도 취소되었고 각급 학교의 졸업식도 간소하게 치러지고 있으며 경남농협의 은행원 시험도 연기되는 등 화훼농가, 관광, 외식업, 자영업, 자동차 제조업 등등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은 심각하게 진행 중이지만 자연의 법칙은 어김이 없어 남녘에는 매화 봉오리가 잔뜩 부풀었고 이미 봉오리 몇 개는 아련한 향기를 퍼트리면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릴없이 갈곳 없는 나그네처럼 농원으로 가서 의령 밭의 아로니아 삽..

까치

겨울비인 듯 겨울비 아닌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렸다. 언제 비내렸던 듯 화창한 푸른 하늘에는 옅은 구름 흔적뿐이고 농원의 연못에는 간밤에 추적거렸던 빗물이 제법 고였다. 농원에서 바라본 저수지 수면은 명경처럼 맑아서 먼산의 그림자가 되비춰 보여 한가한데 날짐승 먹이로 가져온 설날 음식 찌꺼기는 자귀나무에 앉혀놓은 먹이통 바가지에 부어주고 어떤 새가 찾아드는지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농막 안 청소를 하면서 수시로 먹이통 쪽을 내다보았지만 근 한 시간 동안 기척이 없다가 농막 문을 막 잠그고 퇴근할려는데 후드득하는 날갯짓 소리가 자귀나무 쪽에서 들려오면서 두 마리의 까치가 짝으로 날라들어 먹이를 다투어 쪼아대고 있는 것이다.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짙은 까만색이고 가슴과 배부위만 하얀색이라서 내려앉을 때는 꽤 기..

겨울철새-고니

새해의 첫 공휴일을 맞아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해맞이를 하지 못한 서운함이기도 하지만 농원에서 이것저것 농사 준비를 하면서 들려오는 고니 떼의 먹이 찾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들린다는 푸념 섞인 잔소리들에다 며칠 전 "올해는 정말 고니 떼가 많이 와 더 시끄러운 것 같다." 하였더니 동업자의 대꾸가 "가까이서 들리는 고니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네"였기 때문이다. 오전 10시쯤이면 먹이활동이 한참이라 비교적 고니들의 경계가 느슨할 것이라 보고 저수지변으로 접근해 가니 고니떼들의 합창음이 점점 커지는데 가까이 접근할수록 소음의 범위를 넘더니 그 소리들이 공명되어 자연의 음악이 되어 심장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마치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음 같기도 했다. 바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망원기능을 활용하여..

해맞이 가는 길

새해를 맞이하여 첫 행사로 온천나들이와 해맞이를 놓고 동업자와 궁리하다가 해맞이로 결정하고 주남저수지의 석산 농원으로 출발했다. 이미 동은 텃고 일출시간을 검색하니 07시 38분이라 여유시간은 약 30여 분뿐 마음만 바빠져 동읍사무소 인근으로 진입코자 했으나 아뿔싸! 내 시간 계획만 세웠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는 고려치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밀려 있는 차량행렬이 지방도 입구까지 정체되어 브레이크등의 행렬이 벌겋게 서 있는 것이다. 동업자와 차 안에서 잔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해돋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기는 이미 글러버린 것이다. 차선책의 온천행도 안봐도 비디오인 것을 금방 깨닫고 아침 공복을 채우기 위해 유명 돼지국밥집으로 가면서도 그곳도 만원사례면 어쩌나 하고 다 달아보니 6~7개 식탁 정도만 ..

곶감

2년째 곶감 만들기에 도전한 날이 11월 22일이다. 작년에 아랫 밭의 단감 밭주인께서 단감 밭 전체를 입도선매하여 중간상인에게 넘긴 후 본인 밭에서 수분수受粉樹역할을 한 떫은 감나무를 가리키며 '홍시 만들어 자시라' 하시기에 얼른 '그러지요' 대답 후 약 한 접 정도를 따서 곶감 만들기를 도전하였고 결국에는 동업자의 입을 즐겁게 한 공로(?)로 칭찬까지 들었었다. 올해도 약 한접 정도의 감을 수확하기 위해 사다리를 동원하여 높은 가지에 매달리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했고 감돌려 깎기를 한 끝에 껍질 깎긴 감들이 뒷곁의 빨랫줄에 주렁주렁 걸 수 있었다. 곶감을 매단 지 17일째 되는 오늘 저녁에 검붉게 말라가는 덜 숙성된 한개를 맛보았더니 적은 시간이나마 햇볕에 노출되는 곳이라서 그런지 떫은맛이 전혀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