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터,쉼터 337

여름꽃- 상사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올해 1월부터 모두들 힘들어하며 겨우 버티어 오고 있는데 기상청 관측상 최장의 54일간 긴장마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역대 최고 수량의 많은 비까지 내려서 별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인명과 재산상 많은 피해가 발생되었고 일부의 시군지역은 국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증막 같은 땡볕이 이어지고 있어 밤에는 열대야 때문에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하여 입맛 밥맛이 다 떨어진 판에 다시 세 번째 코로나 대유행의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 지구적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이제야 뚜렷이 느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산천의 초목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절기에 따라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고 있으니 언젠가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터인데 ..

여름꽃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 절기가 지난 지 사흘 만에 장마가 시작되었고 어제부터 내린 강우량이 제법 많아서 연못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잔뜩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들은 촉촉하게 젖은 채 푸르르고 꽃댕강나무를 비롯한 여름꽃 몇 종류가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노지 삽목으로 번식시킨 치자나무는 농원의 이곳저곳에서 고운 향기를 뿜으면서 비에 젖은 하얀 꽃송이가 버거운 듯 고개를 떨구고 있고 분홍색 무궁화, 진홍색 석류꽃과 꽃댕강나무가 화사하게 피었다. 그리나 대표적인 여름꽃은 역시 연꽃이다. 온실 속의 꽃연 화분들과 3개의 연못에서는 지금부터 8월 말까지,, 길게는 9월 중순까지 연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원을 내려오면서 꽃댕강나무 향기에 취해 발걸음을 멈춰보니 비에 젖은 꽃 속으로 꿀벌들이 ..

비파 수확

이틀간 장맛비처럼 내린 여름 비는 메말라 갈라 진 대지와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농업인들께 단비가 되었다. 집 마당에 심긴 비파는 단비가 내린 뒤 씨알 굵기가 눈에 띄게 커지고 급기야 열매가 달린 가지는 포도송이처럼 밑으로 늘어져서 마치 큰 대자로 들어 누운 사람 모양으로 휘청거리며 옆에 선 동백나무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비오기 전에 잘 익은 비파 열매 몇 사발을 맛 보신 동업자는 비파 수확을 연신 독촉하시는 바람에 더 늦출 수도 없다. 어제저녁 무렵 폭염을 피해 비파나무 가지 정리를 겸하여 비파 열매를 따 내었다. 작년보다 수확량은 약 10배 정도 늘었을 뿐아니라 단맛과 굵기도 더 커졌다. 동업자는 이웃에게 비파맛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을 내는 것 같아 새벽 5시부터 비파 선별과 세척작업을 끝내..

앵두나무

농원의 허접한 모퉁이에 심긴 벚꽃과 비슷한 모양의 옅은 분홍색 꽃이 피는 나무는 농원 인근의 전통 된장찌개 전문의 식당 여주인께서 주신 봄꽃 나무다. 매화가 지고 난 후 벚꽃이 피기 전에 언제나 봄이 되면 화사한 옅은 분홍꽃을 한꺼번에 피웠고 올해는 유난스레 꿀벌까지 많이 찾아와서 게으른 농부의 눈길을 한번 더 주었던 봄꽃[3월 20일에 게시한 봄꽃 중 두 번째 사진 참조]의 역할을 단단히 해 준 꽃나무였다. 오늘 정오 무렵 지하수 문제로 농원을 찾았다가 습관적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난데없이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한 모습이 비 온 뒤끝의 청초한 녹색잎 사이로 넘실대는 모습을 보고 깜작 놀라 가까이 가보니 벌써 나무 꼭지 부근은 날짐슴이 쪼아댄 흔적이 보이고 일부분은 수분과다 흡수로 보이는 열과 현상으로..

입하 이틀전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소나기처럼 하루 동안 단비가 내렸다. 산천초목이 가물면 작은 불씨에도 삽시간에 들불이 번져 막대한 산불재난이 반복되는데 며칠 전에도 강원 접경지역에서 양간지풍이 가세한 대형산불이 발생되었지만 운 좋게 빨리 진화되었으나 뉴스 화면을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코로나 19 방역 실적은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확연한 감소 추세로 이어지고 있어 잔불처리만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웃 섬나라를 비롯한 외국의 전투 상황은 녹록지 못하여 입국자로 인한 확진자는 여전히 발생되고 있다. 해외여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제주 강원등 관광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가시는 바람에 우리 집에도 그 바람이 불어 가까운 소풍길 삼아 동업자와 단둘이서 드라이브에 나섰다. 윈도 브러시가 빠르게 ..

엄나무와 가시오가피

엄나무와 가시오갈피는 둘 다 가시를 달고 있는 나무로써 남녘땅에서는 지금쯤 새잎이 왕성하게 발아하는데 엄나무는 가지 끝에서 뭉툭한 봉오리가 생긴 후 진녹색의 찬란한 새싹이 펼쳐지고 반면에 가시오갈피의 새잎은 모든 가지에서 끝 또는 가지의 모든 곳에서 연녹색의 새순이 돋아난다. 동읍의 농원 언덕 모퉁이에 나란히 심겨진 엄나무와 가시오갈피는 매년 봄이면 첫 물로 돋아나는 잎 나물을 제공해 주지만 둘 다 형용할 수 없는 쓴맛을 가지고 있어 동업자와 함께 즐기는 나물반찬이다. 특히 엄나무의 새 순은 그 양이 많지 않아 몇 끼에 불과한 봄나물 반찬이 될 뿐이고 어린잎이라야 나물반찬이 되지 조금 더 웃자라 버리면 독특한 그 쓴맛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시오갈피 새순 따기는 동업자가 ..

까치와 고양이

동읍의 농원에는 줄기가 붉으스레 한 적송이 자생하고 있는 곳에 반송 조경수와 사시사철 계절별로 꽃이 피는 각종 초목류 모종을 십 수년 전부터 구입하여 심었고 이제는 봄꽃부터 겨울꽃까지 감상할 수 있는 농원 모습이 거의 완성단계다. 초목이 우거지니 자연스레 날짐승도 찾아들고 산짐승의 흔적도 흔히 관찰되는데 날짐승은 까치,직박구리,꿩,박새류를 비롯한 보통사람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사람을 겁내지 않고 접근하고 있고 여름 한철에는 연못 주위로 고라니의 배설물이나 저수지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두꺼비 무리가 굼뜨게 행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3여 년 전 설날을 전후로 명절음식을 만드느라 발생된 소 돼지 지방질 부산물을 쓰레기로 버리는 것보다 월동이 어려운 산새류에게 제공키 위해 자귀나..

봄나물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에는 달래 냉이 쑥 등의 봄나물이 벌써부터 등장하였으나 노지 봄나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마땅히 봄나들이를 할 곳도 없어 일요일 아침 일찍 농원의 봄나물 캐러 동업자와 함께 나섰다. 농원에는 방풍 머구 당귀 두릅 따두릅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나물 캐는 봄이면 안성맞춤의 나물 생산지 역할을 해준다. 토종 밤나무 아래에서 달래 캐기를 시작한 동업자는 방풍 밭, 머구 밭을 들러 당귀 밭에서 멈췄고 게으른 농부는 언덕에 자생 중인 두릅을 한 봉지 채취한 후 독활(따두릅) 밭을 둘러보니 이제 새순이 돋고 있는 중이라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맛볼 수 있겠다. 귀갓길은 진해 벚꽃길 대신에 창원의 벚꽃 가로수도로중 병무청과 조달청이 소재하는 관공서 밀집거리에 핀 벚꽃을 둘러보았으..

벚꽃

사흘 전부터 꽃연 분갈이를 위해 농원을 드나들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섯 그루의 성목으로 자란 벚꽃나무다. 본홍색 꽃망울이 탱탱하게 부풀기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드디어 팝콘 터지 듯 꽃망울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농원 입구에 제일 먼저 심긴 놈이 덩치가 제일이고 붕붕거리는 꿀벌 숫자도 제일 많고 자세히 살펴보면 뒷다리마다 꽃가루 뭉치를 듬직하게 매달고 있다. 나무 아래에서 꽃잎을 올려다 보면 화사한 봄볕에 반사되어 푸른 하늘에 점점이 꽃잎이 맺혀있는 것처럼 착시되어 보인다. 화분 분갈이를 하다 말고 한참 동안 꿀벌과 어우러진 벚꽃나무 그늘에서 놀다 왔다. 진해군항제는 벌써 취소되었음이 널리 알려졌으나 창원시장은 혹시나 싶어 '진해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읍소하고 있다. ..

주남저수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봄바람이 훈훈하게 불어서 겉옷이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하니 봄 마실로 동업자와 함께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근 두어달 정도 개인 간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다가 봄 마실을 나와보니 예상과 달리 많은 탐방객이 제당 길을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얼굴에는 어김없이 공공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가족단위로 한껏 들뜬 모습들이다. 전망대 앞에 모은행에서 설치한 탐조 망원경에는 모두들 관심도 없이 지나쳐 버리고 있어 촉수로 인한 감염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공공시설물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이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훈훈한 봄바람이지만 바람의 세기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다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헝클어져도 헝클어진 그대로 봄바람을 그냥 즐기고 있다.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