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농업.농사일기) 369

예초작업

미뤄 놓은 숙제 하듯이 과수원 제초작업을 마쳤다. 과수원의 골칫거리인 억새와 개망초는 번식력이 좋아 조금만 방치하면 어른 키를 훌쩍 넘어버려서 매실 수확을 앞두고 처리해야만 하는 과수원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동업자의 채근이 계속되었지만 더 이상 지연작전이 통하지 않아 새벽 일찍 집을 나선 것이다. 약 4시간에 걸쳐 예초기를 메었더니 다리도 후둘거리고 예초기의 진동 여진이 오랫동안 팔에 남아 욱신거린다. 서서히 육체적인 한계가 느껴지는 나이가 된 것같다. 그렇지만 작업 후 가지마다 뭇질하게 달린 홍매실, 청매, 자두열매와 감나무 가지의 감꽃이 소복한 것을 보니 금방 마음이 푸근해진다. 동업자와 둘이서 찾은 단골의 한우갈비탕을 늦은 점심으로 맛있게 먹고 나니 피로는 저 하늘로 날아가고 더욱 과수원 농사가..

미스킴라일락 개화

농원의 온실 옆에 심긴 미스킴라일락이 활짝 폈고 끝물의 명자나무에는 퇴색한 붉은 꽃이 몇 송이뿐이다. 오전의 막노동으로 땀에 젖은 몸으로 농원에 온 것은 3일 전에 정식한 온실 안의 먹거리 채소에 물 주기 위해선데 온실 창문 너머 잔잔한 보랏빛 꽃다발과 선선한 향기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바람의 언덕답게 농원에는 솔가지를 훒어대는 쏴아~하는 솔바람 소리만큼 시원한 늦바람이 불고 있어 꽃향기까지 시원했던 모양이다. 이젠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미스김라일락은 성목이 되었지만 농원 안에선 투명 나무(?) 취급을 받아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나무가 된 지 오래지만 제 혼자 꽃피고 절기에 맞추어 향기를 뿜을 줄 아는 한 식구다. 피곤이 완전 가신 동업자는 오래전 정말로 오래전부터 홍송 몇그루에 대해 자신의 조경 ..

전정가지 줍기

홍매화와 청매화의 화사한 이른 봄바람도 지나고 가지마다 붉고 푸른 매실이 소복하다. 겨우내 부정지와 매실나무의 가슴을 열어 주는 전정작업 후 내팽개쳐진 가지 잡목들이 개망초와 억새풀 더미에 덮여지고 있다. 지지난주 토요일과 이번 일요일 해가 뜨기전에 과수원에 도착해서 오후 한두 시까지 이틀 동안 전정가지 줍기를 마쳤다. 동선 거리를 줄여볼 요량으로 과수원주변 모퉁이와 사잇길 가운데 공터에 나뭇가지를 모았더니 어느새 나무단 무덤이 되었다. 동업자와 둘이서 하는 일이라 일머리가 쉬울 것 같지만 함께 일해 보면 티걱태걱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가지를 한곳에 조금 모았다가 다시 운반하는 방법이 있고 그냥 한 번에 목적지까지 한 번에 운반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설로 다투는 것이다. 그러다가는 상대..

여주 모종 아주심기

2월 말 여주 씨앗을 포트 파종하고 2주가 훨씬 지났으나 포트 파종한 여주 씨앗이 움튼 흔적이 전연 없기에 자료 검색해 보니 여주 씨앗은 수세미나 호박 씨앗과 달리 그냥 파종해서는 싹이 나지 않고 특수한 환경이 충족되어야 움이 튼다는 것을 알았다. 1차 실패후 푸른들 농장의 자료를 보고 포트 파종 전 처리과정(씨앗 껍질 불림, 씨앗 뿌리 발아)을 해 봤으나 씨앗에 곰팡이가 번지더니 모두 부패되었다. 씨앗의 보존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여주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단골 종묘상에서 잘 키운 모종 3개를 구입해서 고구마밭 귀퉁이에 2 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심고 수세 미망을 설치해 주었다. 우분 퇴비를 한 망태기씩 넣어 주면서 올해 농사를 잘 지어 내년에는 기필코 내씨앗 내손으로 육묘에 성공해 보리라 ..

비파 열매

진해 김달진 문학관에서 얻어온 씨앗을 땅에 묻어 발아시키기를 시작한 지 7~8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씨앗 발아는 모두 집마당의 그늘진 귀퉁이에서 시작하였고 20 센티 내외의 어린 모종을 적당한 위치에 정식하거나 농원의 양지바른 곳으로 이식하였다. 농원의 비파 4 그루에서 지난 겨울 하얀 꽃이 핀 것을 감상(?)하였으나 앞마당의 비파는 키만 훌쩍 자라고 있어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는데 제 혼자 꽃 피고 봐란 듯 열매까지 달고 있다. 엄동설한에 꽃 피우고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 노란 열매를 맺는 비파다.씨앗을 잘 건사해서 농원 한 모퉁이에 비파 밭을 일굴 생각이다. 거실 베란다에서 맞보이는 비파가 튼실하게 서 있다.

곰취 아주심기

봄날 이른 아침 공기를 마시며 온실 속에서 포트 파종하여 뿌리를 내린 곰취 모종 정식을 끝냈다. 미리 퇴비를 섞어 마련해 둔 밤나무 그늘 밭떼기와 소나무 반그늘 두 곳에 옮겨 심었는데 포기 간격은 20센티 내외가 되도록 해 주었다. 포트 파종 한 지 딱 두 달만에 이식해 주었고 적당하게 봄비가 더 내려 주어야 활착이 가능할 것인데 땅이 메말라 수분이 부족하면 지하수 관정의 덕을 좀 봐야 될 것 같다. 농원 안에는 초본류 봄나물부터 나무의 새순을 나물로 즐기는 나물들이 있는데 초본류는 돌나물, 머위, 일당귀, 달래, 민들레, 땅두릅, 방풍 등이 있고 나무 새순 이용 봄나물은 가죽(참죽나무), 오가피 어린잎, 엄나무 새순, 산두릅 등이 있다. 생산량이 제법 되는 관계로 이웃들과 나누는데 그렇게 좋아할 수밖에..

히어리 꽃과 씨앗 꼬투리

우리나라의 특산종이며 2급 멸종위기 식물인 히어리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개나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핀다. 이른 시기에 피는 대표적인 봄꽃인 히어리의 이름은 처음 발견된 지리산 지역의 현지민이 불러주던 그 이름을 그대로 학명으로 붙였다고 하니 더욱 정겹다. 작년까지 꽃이 피고 낙엽지고 하는 것이 당연한 자연현상으로 굳어져 게으른 농부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던 차에 며칠 전 노란 꽃봉오리가 주렁주렁 달린 가지에 비슷하게 생긴 까만 것이 달려 있어 만져보니 뾰족한 감촉의 매우 단단한 각질이었다. 그 자리에서 검색해 보니 이것은 말라 터져버린 씨앗 꼬투리였고 "히어리 씨앗 방출"이라는 동영상 제작자는 꼼꼼하게 20 여분 간의 그 과정을 압축 편집해 놓았는데 거기에는 ''콩깍지가 터지며 콩이 ..

아로니아 퇴비 시비

작년 연말에 운동삼아 돈분 발효퇴비 포대 9개를 아로니아 나무 인근에 듬성듬성 운반해 놓았다가 봄비가 내린 다음날에 시비를 마쳤다. 날씨가 완전 봄날같아 약 한 시간에 걸쳐 겨우내 자란 아로니아 언저리의 잡초를 뽑아주면서 그루터기를 만들고 반 포대씩 던져 주었뿐인데도 내복까지 땀으로 젖어버렸다. 내침 김에 무화과 다섯그루, 모과 한그루, 애기사과 한그루, 배나무 한그루, 돌복숭 나무 한그루, 살구나무 다섯 그루 등 먹을거리가 달리는 과수에도 같은 퇴비를 놓아주었다. 게으른 농부는 올해 처음으로 야외 농사일을 시작했고 동업자는 언덕에 심은 고사리순을 꺾느라고 허리가 "아이고!"란다.

처진올벚나무 개화

어른 키 크기의 묘목을 산림조합 묘목장에서 구입하여 농원의 입구에 심은 지 오 년여 전이다. 심고 나서 부숙 시키기 위한 농원의 한우 분뇨 퇴비장을 바로 옆에 만들었는데 흘러나온 액비의 영향인지 초고속으로 자라줘서 지금은 집채만 하게 자랐다. 작년에 처음으로 분홍색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올해는 축 늘어진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빽빽하고 일부는 꽃봉오리가 터지고 있다. 산림조합 측의 상품명은 능수벚나무로 기억하고 있는데 검색해서 다른 자료를 참조해 보니 '처진개벚나무' '수양벚나무' '능수벚나무' 등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고 겹꽃으로 피는 품종도 있다고 한다. '처진 올벚나무'가 기본종이며 한국 특산종이라고 한다. 벚꽃의 도시로 유명한 창원시 진해구 일원의 벚꽃이 개화되기 시작하였고 작년보다는 4일 빠르고 연..

여주 씨앗 포트파종

농촌에서는 흔히 '여자'라고 말씀하시는 올록볼록한 과피를 가진 수세미같이 생긴 열매를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많이 심고 있다. 문인화를 배우고 있는 선생님이 농원 한 귀퉁이에 심어서 그 열매를 나누자고 하시며 여주 씨앗을 한 주먹이나 주셨다. 평소 흥미롭게 생긴 열매에다 쓴맛이 난다는 여주에 관심을 두다가 올해 처음으로 농사(?) 지어 보자 하고 포트 파종했다. 온실 안에서 싹을 틔워 이식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주는 씨앗까지 옆구리가 올록볼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