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농업.농사일기) 367

환삼넝쿨

환삼넝쿨은 환삼덩굴 또는 한삼덩굴로도 불리는 넝쿨식물이다. 지난 일요일에 이어 오늘 아침 일찍 청도 과수원의 제초작업을 마치고 왔는데 오늘 작업은 환삼넝쿨 제초작업 때문에 애를 먹었다. 환삼넝쿨은 땅바닥을 기다가 나무를 만나면 얄짤없이 기어올라 나무 꼭대기를 점령한 후 손바닥처럼 생긴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아래 방향으로 달린 가시를 단 질긴 줄기를 기가 막히게 꼬아서 아래로 잡아당기면 나무는 영락없이 꼼짝달싹 못하는 포로가 되어 옆으로 자빠져서 고사되어 버린다. 그래서 넝쿨식물이 식물의 강자라고 하는 이유다. 지난 일요일은 주로 억새가 많이 있는 매실나무,농막 주위 제초작업을 마쳤고 오늘은 감나무, 자두나무, 은행나무 주위의 환삼넝쿨 제초작업을 했고 특히 은행나무 밑은 곧 있을 은행을..

폭염 제초작업

중부 이북지방은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수해피해가 발생하고 중부 이남 지역은 땡볕에다가 열대야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기상이변이다. 한반도의 중부지역 즉 충북 청주시 일원에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물폭탄에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였고 인명피해와 농가의 재산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께서 연이은 폭염에 계속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제 자연의 질서가 흐트려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겠고 지금 현재의 편리한 세상살이에 만족하면서 다소 느리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참아가면서 더 이상의 자연훼손은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폭염의 날씨지만 과수원의 풀베기를 늦출 수 없어 동업자와 함께 제초작업을 나섰다. 개망초 환삼넝쿨로 쑥대밭이 되어 있는 진입로 입구부터 제초작업이 시작되었고 컨테이너 농막 주변의 ..

매실 수확

매년 유월 중순이면 청도 과수원의 매실 수확은 큰 행사 같은 농사일이지만 약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오늘 새벽에 동업자와 함께 본 매실나무의 처참한 상황은 상상 이상의 가뭄에 쩌든 당혹함의 그 자체였다. 과수원을 만들면서 용수대책으로 파놓은 연못물은 바닥이 나 있고 매실나무의 올해 새로 자란 가지들은 발갛게 타 말라 버렸으며 가지에 달린 매실의 8~9할은 쪼들어 말라 붙어 버린 것이다. 홍매실의 상태는 더 불량하여 수확할 것이 없고 탐스런 굵은 청매는 나무둥치나 뿌리에서 가까운 굵은 가지에 달린 열매만 수확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게으른농부가 기껏 해준 일은 조금이라도 더 가뭄에 버틸 수 있게 띄엄띄엄 수확이 끝난 굵은 가지를 닥치는 대로 톱질하여 잘라주는 일뿐이었다. 들녘의 경작지는 일부 한해상습지를 ..

소나무 순자르기

조경수로 키우고 있는 반송, 적송의 순집기를 마쳤다. 이른 봄부터 소나무순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애기 소나무일 때는 오다가다 두 손가락으로 분질러 주면 순집기가 끝났지만 어른 허리 정도 자라게 되면 맨손으로 순집기는 어렵고 반드시 도구가 필요해진다. 이를테면 어른 어깨 이하의 반송일 경우에는 야무진 대나무 회초리를 장만하여 역시 오다가다 만나는 소나무마다 장난하듯이 '흐에~ㄱ'소리가 나게 소나무 순 모가지 날리듯 휘들러 주면 순집기가 끝나곤 했다. 재 작년 부턴 소나무 키가 게으른 농부의 어깨 수준까지 자라서 대형 전지가위가 없으면 순집기가 불가능했다. 순집기가 아니고 순 자르기 작업이 되는 것이다. 대형 전지가위의 손잡이 부분은 키웠다 줄였다 할 수있는 것으로 준비해야 키높이 수준의 순집기가 가능하고 그..

돌복숭아

벚꽃이 질 무렵 분홍색 꽃이 화사하게 피는 돌복숭 나무는 벚꽃의 기세에 눌려 언제나 뒷전이다. 꽃 색갈이나 나무 규모면에서 벚나무에 밀릴 뿐 아니라 식재면적에서도 상대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돌복숭 나무는 조경수에 끼지도 못하고 과실수로도 심지 않기 때문이다. 석산 농원에도 닭장 앞에 원래부터 한 그루가 있었고 닭장 뒤의 한 그루와 농원 입구 근처의 한 그루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언제 꽃피는 지조차 알 수 없이 저절로(?) 꽃피고 열매 달리고 하면서 제 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이다. 돌복숭은 모양이나 크기가 매실과 흡사하나 크기는 매실보다 조금 더 크며 일반 복숭아와 같이 뽀얀 솜털로 덮여있다. 약성이 있어 일반적으로 효소즙이나 과실주를 담아 애용하는 이들이 많지만 게으른 농부는 몇 년 전 만든 효소..

스프링쿨러

보통 가뭄이 아니다. 새벽부터 큰 물통을 실은 경운기가 논두렁, 밭두렁 사잇길로 사라진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분이 분무기를 짊어지고 힘겹게 고추밭에서 물 주고 계신데 고추 상태가 영 볼품이 없다. 농원이 가까운 저수지 수변 역시 양수 작업중인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다. 중부지방 강원지방에는 생뚱맞은 산불이 여기저기에 발생하였고 창원 인근의 고속도로 주변에서도 소방헬기가 날아와한 포대의 물을 끼얹고는 한참 동안 발화지점을 맴돌고 있는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녹음이 우거지고 있는 여름 초입에 산불이라니! 한창 농업용수가 필요한 들녘에서는 물이 모자라 모심기가 중단되고 모를 심은 논바닥도 갈라지고 있으니 총체적인 심각한 가뭄상태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농원의 식생 상태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언덕의..

비파 열매(2)

한여름 날씨에 비파 열매가 익고 있다. 후끈한 열기가 가득한 나른한 한낮에 어른 팔뚝만큼 큰 새가 비파 가지에 매달려 비파 열매를 쪼아대는 것을 보고 뛰쳐나가 살펴보니 쪼은 흔적만 뚜렷하고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열매 한개를 따서 씹어보니 신맛이 강하고 과육이 부드럽지 못하고 껍질까지 질기다. 아마도 강렬한 신맛에 더 쪼아 먹질 않고 그만둔 것이 분명하고 과육까지 물러지지 않았으니 탐탁잖은 먹거리로 보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잘 익은 비파 열매는 달콤한 과육 맛은 물론이고 그 크기에 비해 과즙이 많아서 얇은 껍질을 벗겨 먹다 보면 온 손가락에 과즙으로 찐덕거려 남몰래 먹기 힘든 여름 과일이고 낙과된 열매에는 개미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이 순식간에 다 모여든다. 비파 씨앗도 열매 크기에 비해 큰 편으로 보통..

꾸지뽕 열매 (1)

밀양에서 서예를 공부하시는 분으로부터 꾸지뽕 암나무를 분양받은 지가 올해로 3 년째인데 분양해 주실 때는 그 해에 꾸지뽕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게으른 농부가 농사일을 잘못했는지 그다음 해에도 열매를 보지 못했다. 매년 봄이면 습관적으로 퇴비를 살포하고 전지를 해주고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뽕나무 오디는 지금 까맣게 익어 가고 있는데 꾸지뽕나무는 지금 열매가 맺히고 있다. 결실이 늦되는 게 정상적인 것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지만 꽃은 보지 못하고 바로 열매부터 만져 보니 무언가 순서가 한참 바뀐 것만 같다. 4 그루의 묘목을 분양받아 1 그루는 예초기 칼날에 다쳐 겨우 목숨만 붙어있고 2 그루에서 엉성하게 과실이 익어가고 있다.

예초작업

미뤄 놓은 숙제 하듯이 과수원 제초작업을 마쳤다. 과수원의 골칫거리인 억새와 개망초는 번식력이 좋아 조금만 방치하면 어른 키를 훌쩍 넘어버려서 매실 수확을 앞두고 처리해야만 하는 과수원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동업자의 채근이 계속되었지만 더 이상 지연작전이 통하지 않아 새벽 일찍 집을 나선 것이다. 약 4시간에 걸쳐 예초기를 메었더니 다리도 후둘거리고 예초기의 진동 여진이 오랫동안 팔에 남아 욱신거린다. 서서히 육체적인 한계가 느껴지는 나이가 된 것같다. 그렇지만 작업 후 가지마다 뭇질하게 달린 홍매실, 청매, 자두열매와 감나무 가지의 감꽃이 소복한 것을 보니 금방 마음이 푸근해진다. 동업자와 둘이서 찾은 단골의 한우갈비탕을 늦은 점심으로 맛있게 먹고 나니 피로는 저 하늘로 날아가고 더욱 과수원 농사가..

미스킴라일락 개화

농원의 온실 옆에 심긴 미스킴라일락이 활짝 폈고 끝물의 명자나무에는 퇴색한 붉은 꽃이 몇 송이뿐이다. 오전의 막노동으로 땀에 젖은 몸으로 농원에 온 것은 3일 전에 정식한 온실 안의 먹거리 채소에 물 주기 위해선데 온실 창문 너머 잔잔한 보랏빛 꽃다발과 선선한 향기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바람의 언덕답게 농원에는 솔가지를 훒어대는 쏴아~하는 솔바람 소리만큼 시원한 늦바람이 불고 있어 꽃향기까지 시원했던 모양이다. 이젠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미스김라일락은 성목이 되었지만 농원 안에선 투명 나무(?) 취급을 받아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나무가 된 지 오래지만 제 혼자 꽃피고 절기에 맞추어 향기를 뿜을 줄 아는 한 식구다. 피곤이 완전 가신 동업자는 오래전 정말로 오래전부터 홍송 몇그루에 대해 자신의 조경 ..